[Balanced CSR&ESG] ESG 컨설팅의 고객 가치와 현재 우리나라 상황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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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alanced CSR & ESG, 유승권


 ESG 컨설팅의 고객 가치와 현재 우리나라 ESG 컨설팅의 상황

컨설팅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완벽한 컨설팅


피터 블록(Peter Block)의 <완벽한 컨설팅 : Flawless Consulting> 서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컨설턴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컨설팅이 진행될 수록 고객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고객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중략) 즉,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싶고, 컨설턴트가 아는 것이나 느끼는 것 또는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고객이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싶은 바람 말이다."

 

2007년 MBA에 입학하고 첫 학기에 "경영전략 컨설팅"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강의를 했던 교수님은 우리나라 1세대 컨설턴트로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M사의 한국지사 설립 멤버이자 30년 이상 정부와 국내외 주요기업의 굴직한 컨설팅 프로젝트의 PM으로 활약한 분이셨다.

 

"피터 블록이 이 책을 쓴 이유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에 실제 고객사의 실행률이 40%가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컨설턴트라는 본인의 직업에 의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의심을 극복하고 고객의 실행률을 높이는 컨설팅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피터 블록의 책을 교과서로 삼은 이유를 설명하시면서 좋은 컨설턴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덧붙였다.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컨설턴트들이 마법사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나 컨설팅을 처음 받아보는 기업들은 더 심각한 착각에 빠지죠. 컨설턴트가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있거나 마법의 주문을 알고 있어서 고객사가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순식간에 "짠"하고 풀어주기를 바래요. 이런 과도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거나 뒤끝이 좋지 않습니다. 경험많은 유능한 컨설턴트는 고객사가 이런 환상과 기대를 빨리 내려놓게 한 이후에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거나 유능하지 못한 컨설턴트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고객사의 기대도 못 채워주고 프로젝트의 성과도 좋지 않게 됩니다. "

 

당시 회사원이었던 나는 수업을 들으며 내가 컨설턴트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컨설턴트가 되어 있다. 그때 수업을 좀더 열심히 들을걸 그랬다. 2019년 11월 이노소셜랩에 합류하고 컨설팅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완벽한 컨설팅을 읽었다. 

 

이노소셜랩의 컨설팅이 셰르파(sherpa) 방식을 고집하고 컨설팅의 결과물이 보고서를 넘어 고객사와 고객사 실무자들의 역량강화와 성장에 있는 것은 이 책과 그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서이다. 교수님은 컨설팅의 가치를 1차 결과물과 2차 결과물, 그리고 과정 결과물로 설명하셨는데, 책 중간에 메모된 그림은 아래와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글씨는 개발새발이다.

 


 

이걸 다시 정리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ESG 컨설팅의 고객가치

 

<1차 결과물> 

컨설팅의 1차 결과물은 고객이 원하는 과업(Task)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료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말한다

 

1. information : 정보

ESG,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산업계, 경쟁기업, 규제/법 등의 정확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정확한 정보는 다른 고객가치의 기반이자 출발점, 원재료가 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주로 UNEP, EU, OECD, WEF, GRI, ISO 등 ESG와 관련된 글로벌 기관이나 유럽과 미국의 언론사, 연구기관의 자료이다. 국내 언론사의 자료는 참고만 한다. 국내 언론사 기사는 전문성과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고객이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2. diagnosis & analysis : 진단과 분석

이노소셜랩이 주로하는 ESG 전략 컨설팅은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 달성해야할 목표 사이의 "갭"을 줄여나가는 가장 효과, 효율적인 방식(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판단하는 현황진단과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CSR, 지속가능발전, ESG와 관련된 글로벌 가이드 라인을 통해 고객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진단하고 분석하여 고객에게 결과를 제공한다.

 

지속가능경영 분야의 글로벌 리딩기업이나 동종업계 경쟁기업의 상황과 비교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글로벌 가이드라인만 가지고 진단과 분석을 할 경우 고객에게 이상과 원칙에만 치우쳤다는 지극히 당연한 불만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고객사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현황진단 결과가 낮게 나왔을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황진단을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 자기 기업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황진단의 전과정을 고객 기업의 실무자와 함께 꼼꼼하게 체크하며 같이 진행해야 한다. 고객 기업의 실무자가 현황진단과 분석의 전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왈가불가 할 수 없게 된다.

 

<2차 결과물>

1차 결과물에 대한 2차 분석을 통해 고객사에게 위험과 기회, 그리고 원칙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1. risk & opportunity : 위험과 기회

현황 진단과 분석이 끝났으면 고객사에게 다가올 위험과 기회를 판단해야 한다. 흔히 SWOT 분석이라고 알고 있지만, SWOT 분석을 포함한  좀더 복잡하고 세분화된 몇가지 분석과 판단툴을 사용한다. 이 과정을 통해 ESG경영이 강화될 경우 겪게될 위험과 기회요인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2. principled solution : 원칙적 해결방안

ESG 경영이 상식화될 경우 고객사가 겪게 될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원칙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원칙적 해결방안은 ESG와 관련된 글로벌, 국내 가이드라인의 실행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3차 결과물>

 1차 결과물과 2차 결과물에 대한 고객 보고가 끝나면, 고객도 현재상황에 대한 이해과 원칙적인 해결방안을 알게된다. 실제 컨설팅은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사의 실무자들과 함께 고객사에게 적합한 맞춤형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1. custom solution : 맞춤형 해결방안

ESG를 포함해 모든 컨설팅을 받는 고객사들의 한결같은 요구사항은 "최선의 맞춤형 해결방안"이다. 최선의 맞춤형 해결방안을 찾기위한 최선의 방법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를 비롯해 구성원 인터뷰, 관련 실무자 워크숍, 글로벌 리딩기업과 경쟁기업 벤치마킹, 전문가 인터뷰 또는 FGI, 관련 도서 및 연구서 등등등 이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뒤끝없는 방법은 회사 구성원들이 직접 솔루션을 찾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2. consulting report : 컨설팅 보고서

고객사가 만족할만한 맞춤형 해결방안을 마련했으면 앞의 과정들을 모두 정리하여 컨설팅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컨설팅의 표면적인 과정은 끝난다.

 

<과정 결과물>

하지만, <완벽한 컨설팅>에서 그리고 교수님이 강조한 것은 이런 표면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결과물> 이다. 1차, 2차, 3차 결과물은 컨설턴트라면 당연히 제시해야할 결과물이지만, 훌륭한 컨설턴트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컨설팅에는 과정 결과물이 더해진다. 

 

과정결과물은 컨설팅의 전과정에서 컨설턴트와 고객사(특히 컨설팅을 담당하는 실무자)사이의 의사소통과 가이드를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1. stability & motivation : 안정감과 동기부여

영화에서 총을 맞은 주인공이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으면 불안하지만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하면 관객은 안도감(stability)을 느낀다. 컨설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컨설팅을 받았을때 고객사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컨설턴트는 전문가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신뢰감, 안도감을 고객에게 충분히 줄 수 있어야 한다.

 

신뢰감, 안정감은 고객의 동기부여로 이어져야 한다. 컨설팅 과정 동안 "그래 우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어!! 우리 회사도 ESG 경영을 잘할 수 있을 거야!! 한번 해보자!!" 라는 동기부여와 용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컨설턴트가 훌륭한 컨설턴트이고 그런 컨설팅이 완벽한 컨설팅이다.

 

2. insight : 깨달음과 통찰 

피터 블록은 고객이 컨설턴트를 통해 깨달음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면 완벽한 컨설팅을 '거의' 이루었다고 했다. 실상 인사이트를 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컨설턴트가 안도감과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통찰과 깨달음까지 줘야 한다면 완벽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컨설턴트는 몇이나 될까 싶다.

 

피터 블록의 다른 책 <The Empowered Manager>를 보면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기 원한다면 정보나 지식을 넘어선 철학과 삶의 태도,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인사이트를 주는 완벽한 컨설팅을 하고 싶다면 컨설턴트의 삶과 됨됨이가 훌륭하고 뛰어나야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제공하는 컨설팅 펌의 회사 경영이나 컨설턴트의 개인의 삶에서 ESG를 실천하지 않는다고 하면 아무리 많은 정보와 지식,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고해도 인사이트까지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  

 

3. customer growth : 고객의 성장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피터 블록은 완벽한 컨설팅이란 고객을 성장하게 하는 컨설팅이라고 했다. 고객사 또는 고객사의 실무자가 컨설팅을 통해 성장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컨설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ESG 컨설팅의 현재 상황

얼마전 만난 H기업의 ESG 실무자가 볼멘 소리를 했다. "ESG 컨설팅을 1억 주고 받았는데 컨설팅을 받은 것이 아니라 1억짜리 ESG 리스크 요약집을 받은 느낌이예요" 라는 것이다. 컨설팅을 받은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누구나 아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법률회사 중에 하나였다. 

 

또 얼마전에 만난 S기업 ESG 팀장은 나에게 컨설팅 보고서를 보여주며 평가를 요청했다. 나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윗분이 보고서를 보고 굉장히 맘에 들어하지 않아 컨설팅사에게 보완 요청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실례를 무릎쓰고 요청을 한다는 간절한 표정을 차마 모른척 할 수 없어서 컨설팅 보고서를 보게 되었다.

 

법률회사가 H기업에게 제공한 컨설팅 보고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통 법률 리스크와 법률적 대응방안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회사의 법무팀은 이 보고서가 소용 있을지 몰라도 다른 팀에서는 하나도 쓸데 없는 보고서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국내 유명 컨설팅 회사가 S기업에게 제공한 컨설팅 보고서는 겉으로 보기엔 완벽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의 참여가 충분하지 않은 원칙적인 솔루션 중심의 보고서였다. 아마도 윗분은 그걸 지적한 것 같다. 의사가 환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의사의 지식과 경험으로만 치료방식을 제시한 보고서였다. 

 

H기업 ESG 실무자에게 이 보고서를 만드는 동안 컨설턴트와 몇 번 만났냐고 물어봤다. H기업 실무자는 컨설팅 PM이 변호사였는데 4개월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딱 두 번 만났다고 했다. 외부에서 참여한 전문위원이 주로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이 사람과도 총 네 번 만나서 인터뷰 정도만 진행했다고 했다.

 

S기업 ESG 팀장에게 이 보고서를 만드는 동안 컨설턴트와 몇 번 만났냐고 물어봤다. S기업 실무자는 컨설팅 PM이 본부장이었는데 6개월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시작보고, 중간보고, 최종보고 때 만났고 컨설팅 실무자는 2년차 연구원으로 주로 이메일로 소통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ESG 컨설팅은 소수의 전문 컨설팅 펌을 제외하고는 다들 엉망진창인 수준이다. 소수의 전문 컨설팅 펌들도 몰려오는 컨설팅 요청을 감당하지 못해 컨설팅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여러 컨설팅 펌들이 억대 연봉을 걸고 ESG 경력 컨설턴트를 모집하고 있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없다.  

 

차고 넘치는 ESG 컨설팅의 요구는 그동안 ESG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법률회사나 마케팅이나 홍보 컨설팅 회사들도 ESG 컨설팅을 하게 만들고 있다. 법률회사나 마케팅, 홍보 컨설팅 회사들은 자기들이 잘하는 방식으로 ESG 컨설팅을 할 수 밖에 없다. 법률회사의 변호사들은 ESG 법률 리스크 대응방안으로 보고서를 채우고 있고, 마케팅과 홍보 컨설팅 회사들은 브랜드 전략과 홍보 이벤트로 보고서를 채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준 낮은 ESG 컨설팅을 경험한 기업들이 ESG 경영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지속가능보고서 발간과 DJSI 대응 등을 꾸준히 해온 몇몇 대기업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이제 처음 ESG를 경험한 기업들은 수준 낮은 ESG 컨설팅을 통해 ESG 경영 자체를 잘못이해하거나 경영 내재화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법률회사로부터 ESG 컨설팅을 받은 H기업은 법무팀 담당임원이 ESG 임원도 맡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ESG 경영, 제대로 말하자면 지속가능경영이 우리나라에 자리잡는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ESG 컨설팅 수준으로는 지속가능경영 정착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늦어질 것 같다.

 

ESG 컨설팅을 해주는 곳들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전문 인력들이 많이 양성되어 컨설팅의 고객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소리를 하기전에 우리 회사 먼저 제대로 잘해야한다. 잘하자!!

 

Balanced CSR & ESG 유승권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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