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Yoo's ESG MBA(14)_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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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Yoo's ESG MBA(14)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7)



CSR 범위와 수준의 확장


 

ESG가 현재와 같이 중요한 이슈가 된 배경에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범위와 수준의 확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50년대에 등장한 CSR 개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사회, 환경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 짐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제도적, 인식적, 행위적 책임의 범위와 수준이 점점 더 넓어지고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기업의 시장이 한 국가나 지역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기업에게 바라는 CSR의 수준이 글로벌 상향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CSR의 요구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구성원들과 고객, 소비자들은 손 안에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의 CSR 이슈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CSR 영역에서 최고 수준에 있는 기업과 우리 기업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기업들에게 CSR 실행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 블로그에서 수 차례 반복한 설명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CSR을 기업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로 매우 편협하게 해석, 활용하는 바람에 ESG와 CSR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10여년전 CSV 바람이 불때도 마찬가지였다. 

 

CSR을 사회공헌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면 “CSR을 잘하면 ESG 평가를 잘 받는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이런 해석 때문에 “이제 CSR의 시대는 가고 ESG의 시대가 왔다”라는 말을 언론이나 '혜성처럼 등장한 수많은 ESG 전문가'들이 하고 있지만 이 영역을 제대로 학습한 사람이라면 헛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말이다.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이때의 경험을 계기로 기업사회공헌에서 CSR, CSR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공부와 일의 범위를 확장했다.

 

2008년 미국에서 열린 CSR 컨퍼런스에 2주간 출장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프로그램 중 각 기업의 CSR 추진현황과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영어를 잘하는 회사 동료의 도움을 받아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발표 자료와 발표문을 준비해갔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해 시차도 적응하기 전에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는 내가 잘못 준비해왔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수 프로그램 중 첫 번째 주 모두가 환경경영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두 번째 주는 인권, 노동권, 공급망 협력업체 관리, 윤리경영, GWP 등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공헌은 2주간의 프로그램 중 단 90분 밖에 할애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프로그램 스케줄을 봤지만 CSR을 사회공헌으로 철떡같이 믿고 있던 나에게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연수 이틀 째 전세계 40여개 기업에서 참여한 실무자들이 각 기업에서 하고 있는 CSR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내 순서는 끝에서 두 번째였다. 내 앞에서 발표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경영을 중심으로 인권경영,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 공급망 협력업체 상생 프로그램 등에 관해 발표했다. 물론 사회공헌에 대한 소개도 아주 조금씩 섞여 있었다.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발표를 하는 동안 나는 조금(아니 많이) 부끄러웠다. 영어 발음도 형편 없었지만 그보다 15분 동안 연탄나르기, 사회복지시설 방문 봉사와 같은 내용만 주구장창 발표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빨게지고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연수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PM의 스피치가 있었다.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이야기는 대략 이랬다.

 

“여러분의 훌륭한 발표를 잘 들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어떤 발표는 매우 감명적이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지향점으로 삼을만한 매우 좋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기업은 CSR을 기업의 공익활동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이 연수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CSR의 본질은 비즈니스 자체의 사회, 환경적 책임입니다. 기부나 자선활동, 임직원 봉사활동은 CSR의 가장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즉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그리고 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 환경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CSR입니다.”

 

PM은 스피치를 하는 내내 나를 쳐다보며 눈을 맞추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또박 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마치 영어가 서툰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참석한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발표가 끝난 직후 나는 그를 찾아가 CSR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11년의 시간이 지나 2019년 영국 런던의 한 대학에서 열린 CSR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단순 방문자로서 참여한 나는 CSR 실행단계에 관한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대학의 교수였던 발표자는 위의 그림과 같이 CSR을 7단계로 구분했고 각각의 단계를 설명했다.

 

◯ 1단계 : 기업공익활동 (Corporate Philanthropy)

 

CSR의 1단계는 기업공익활동 단계이다. 이 단계에 있는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개념을 가장 좁게 이해하고 있다. CSR을 기업공익활동으로 이해하는 기업들은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사회,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근대 기업들이 이런 태도를 취했다. 즉, 비즈니스와 사회적 책임을 분리하는 선택을 했다. 한편, 이런 기업의 기업가들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구두쇠 고리대금업자와 같다는 비판을 피하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자선과 공익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위대한 기업가로 불렸던 카네기, 록펠러, 포드와 같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 속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들이 운영했던 기업은 사회, 환경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많이 일으켰지만 그들은 인생 말년에 개인 재단을 설립하고 많은 자산을 공익사업에 기부함으로써 악덕 기업가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었다.

 

 

◯ 2단계 : 기업 봉사활동 + 제품기부 (Corporate Volunteering + Product Donation)

 

1단계가 기업이나 기업가의 수익 중 일부를 자선이나 공익활동에 기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2단계는 수익 외의 기업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익활동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1단계와 구분되는 이유는 기업문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익활동에 수익을 기부하는 것은 기업문화와 상관없이 오너나 경영자의 개인적인 결정 또는 외부의 요구와 압력에 의해 마지 못해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 공익적 가치가 존중되는 문화가 존재하느냐 아니냐와는 상관없다. 그런데 기업의 임직원들이 지역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부한다는 것은 기업 내부에서 공익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임직원들이 공익활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임직원의 시민의식,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게 되고 이것은 비즈니스가 보다 더 공익적 가치를 지향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 3단계 : 공익연계 마케팅 (Corporate Marketing)

 

3단계는 기업이 공익적 가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단계이다. 기업의 브랜딩, 마케팅, 상업광고, 영업활동에 공익적 가치를 활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사회,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 팀이 이 단계를 어설프게 이해하고 적용해서 기업의 반사회적, 반환경적 운영을 광고나 마케팅으로 희석하는 '그린워싱'과 같은 일이 종종 발생한다.

 

사회, 환경적 가치가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즉 CSR이 내재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적인 매출 증가나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광고나 마케팅을 활용하는 방식은 TV, 신문, 라디오가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에는 가능했지만 인터넷과 SNS의 시대에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 4단계 : 전략적 공익활동 (Strategic Philanthropy )

 

1단계 기업공익활동은 산업혁명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단계 임직원봉사활동은 1, 2차 세계대전때에 미국과 영국의 기업들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3단계 공익연계마케팅 또한 1,2차 세계대전때 시작되어 1990년대 이후 TV와 신문 등 상업광고를 통해 빠르게 전세계 기업들로 퍼졌다. 4단계인 전략적 공익활동도 1990년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략적 공익활동은 CSR 1,2,3단계에서 기업의 제한된 자원을 어떤 영역과 활동에 집중해서 사용하는 것이 기업에게 가장 큰 유익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기업 전략가들은 기업의 비즈니스 과정이나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사회, 환경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동안 해왔던 공익활동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현실적인 깨달음은 기업의 공익활동이 보다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1990년대 이후 기업들은 기업의 비즈니스나 이해관계와 관련된 공익활동을 우선적으로 실행하는 전략적 공익활동을 선호하게 되었다.

 

 

◯ 5단계 : 비즈니스 통합 (Business integration)

 

5단계는 비즈니스 자체의 사회,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비즈니스와 CSR의 통합’ 단계이다. 공익활동이 중심이 되는 1,2,3,4 단계에서도 비즈니스 영역에서 사회, 환경적 책임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1,2,3,4 단계에서는 비즈니스 영역의 사회, 환경적 책임의 범위가 '법적 수준'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5단계부터는 법적 범위를 넘어선 더 넓은 사회, 환경적 책임 영역으로 확장된다. 즉, CSR의 실행 범위가 법적 책임이 있는 법인(法人)의 범위를 넘어서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로 확장된다. 예를 들면 제3세계에 있는 3차, 4차 협력업체의 아동노동 문제는 우리 회사 법인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지만 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개선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5단계이다.

 

 

◯ 6단계 : 사회적 문제해결이 비즈니스 성장과 연결 (Business growth as a social lever)

 

법적책임의 범위를 넘어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의 사회,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가 5단계라면 6단계는 문제해결을 넘어 비즈니스 전략 자체가 사회변화를 이끄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마이클 포터가 주장한 CSV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5단계의 CSR이 전제되지 않은 6단계의 CSV는 3단계 공익연계 마케팅이 가져올 수 있는 워싱의 위험성이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6단계는 사회, 환경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 짐에 따라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 영역,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식하고 이를 기업의 성장전략과 연결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이용한), 자원재생사업,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산업,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보험사업, 제3세계 소비자를 위한 적정기술 비즈니스 등이 6단계에 해당한다.

 

 

◯ 7단계 : 사회문제해결이 비즈니스의 사명 (Business with a social mission)

 

6단계가 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또는 혁신전략 정도로 삼는 것이라면 7단계는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미션이 되는 단계이다.

 

파타고니아가 2019년 “우리의 하나뿐인 집, 지구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기업의 사명을 바꾸고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원재료를 재생한, 또는 재생 가능한 재료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등이 이 단계의 사례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ESG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CSR의 단계는 5단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제까지 1,2,3,4 단계의 CSR을 해왔다면 이제부터 5단계로 확장해야만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유럽의 기업들은 ISO26000이 발표된 2010년을 기점으로 5단계 확장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유니레버로 2010년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전략체계을 발표하면 기업전략과 CSR 전략을 하나로 통합했다.

 

 



 

ESG는 환경오염과 사회 불평등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 짐에 따라 인류 생존과 안정적인 사회(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등장했다. ESG는 금융, 투자기관이 인류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을 찾아내 투자하고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든 프레임이다.

 

유니레버를 비롯해 유럽의 기업들은 ESG라는 용어를 금융과 투자쪽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대신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한 CSR”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유럽의 기업들은 ‘CSR을 잘하면 ESG 평가도 잘 받는 것’을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치라고 말한다. 

 

이렇듯 CSR의 범위와 수준 확장은 ESG 확산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CSR과 ESG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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