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 Yoo's ESG MBA(12)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5)
기업과 기업간 거래 ( B to B)

상장사도 아니고 외부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도 아닌.. 게다가 정부의 ESG 관련 제도와 정책도 아직은 촘촘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대부분 CSR, 지속가능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글로벌 원청업체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을 시점으로 몇몇 국내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이유 또한 당시 글로벌 원청기업과 그 기업들이 속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이어 기업의 CSR 담당자는 ‘당시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거래 조건으로 지속가능경영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 방식은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른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수출 비중이 80% 넘는 우리회사로서는 지속가능보고서를 급하게 발간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했다.
이 타이어회사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시장에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거대기업의 공급사슬망 리스크 관리 경영원칙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 발간했고 그에 따라 사내에 지속가능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과 기업이 거래하는 B to B 거래에서 사회, 환경적 가치가 반영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영국 버밍엄에 살던 퀘어커 교도 존 캐드버리(John Cadbury)가 1824년에 창업한 캐드버리 초콜렛 이야기는 공정무역 역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캐드버리 초콜렛은 창업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초콜렛 원재료로 사용하는 카카오를 노예들이 일하는 농장에서 공급받지 않고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장에서만 공급받는 선택을 했다.
※ 캐드버리 초콜릿이 현재도 그런 공정무역의 좋은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캐드버리 외에도 기업가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로 식민지 노예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지 않고 가능한 정당한 방법으로 거래 하려고 노력했던 극히 소수의 기업들이 근대 식민지 역사와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가 개인의 신념과 경영철학에 따른 예외적인 선택이었지 당시의 보편적인 기업 경영방식은 아니었다.

식민지 침탈과 노예 무역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식민지가 제국주의와 무력에 의한 국가 중심의 식민지였다면 20세기 중반 이후의 식민지는 신자본주의에 의한 자본과 기업의 경제식민지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 베트남 반전운동과 흑인해방운동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시민들의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관련 시민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인권,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제3세계로 대거 이전했다. 생산단가를 낮추어 경쟁력과 수익률을 동시에 높인다는 아주 일반적인 미국식 MBA 경영전략이었지만 결국 생산단가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3세계 노동자와 자연환경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인권, 노동, 환경 등 기업운영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제도적으로 느슨하고 시민들의 인식수준이 낮은 제3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마음대로 자연환경을 파괴한 후 헐값으로 사들인 원재료와 노예 노동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싼 인건비를 지급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은 이렇게 최소한의 자본으로 상품을 만든 후 비싼 값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팔았다. 1970년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이렇게 쌓아 올린 부로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보했다. 1980년대를 지나며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성장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OECD가 1976년에 공표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 라인>은 이런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권, 노동권, 환경을 무시하고 식민지 시대와 같은 약탈적 생산과 무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OECD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시도를 했던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효력도 없는 가이드 라인 만을 가지고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OECD의 순진한 시도는 이렇다할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제3세계 공급사슬망의 인권, 노동권, 환경문제가 언론을 통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미국 기업 유니온 카바이트의 포스젠 가스 누출 참사가 발화점이 되었고 1996년 나이키 아동노동 실태 보도가 그 정점의 역할을 했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를 고발, 보도했고 당시 미국, 아니 세계를 대표했던 기업 나이키의 아동노동 실태 보도는 기업의 책임이 법인의 울타리를 넘어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나이키 아동노동 실태 보도 사건을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B to B 거래가 ESG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이때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B to B 거래가 ESG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원청기업의 리스크 관리 측면이 80% 이상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 또한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공급사슬망의 사회와 환경 이슈 관리를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미국에 아웃도어 열풍이 불어 당시 급성장하던 파타고니아는 생산협력업체를 늘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량을 늘려가기 급급했던 과정에서 생산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고 생산협력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품질도 떨어지고 납기도 맞추지 못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게다가 생산업체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여러 곳에서 전해졌다.
급기야 대량 반품사고가 벌어지고 생산공급업체에 대한 통제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사고가 겹치면서 파타고니아는 재정적 위기를 겪게 되었고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20여명을 해고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본쉬나드는 그의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생산협력업체 관리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생산협력업체와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성장 및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사고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제조, 공급해 줄 수 있는 협력업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고의 범위가 품질, 가격, 납기 등 경제적인 부분이었다면 1990년 중반 이후 인권, 노동권, 환경으로 확대된 것이다.


2050년까지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약속을 한 기업들의 민간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Renewable Electricity)100은 B to B 거래의 ESG 영향을 1단계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원청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친환경 또는 혁신적 이미지를 갖게하는 차별화 전략 또는 친환경투자 대응 그리고 이 두가지가 합쳐진 글로벌 시장 대응 차원으로 한 단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 나이키를 이어 21세기 미국과 세계를 대표하고 있는 기업 애플은 2016년 9월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의 가입요건상 Scope1, 2에서 RE100을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Scope 3에 해당하는 생산협력업체의 RE100은 모른채할 수 있으나 애플은 Scope3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애플 등 미국의 어지간한 기업들은 자사의 공장은 하나도 없이 협력업체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대부분 생산하기 때문에 Scope 1,2 에서 RE100을 달성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RE100의 빈틈을 잘알고 있는 언론이나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RE100의 기준을 Scope 3까지 넓히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완성품을 조립하는 대만&중국기업 폭스콘이나 부속을 납품하는 삼성, LG, SK에 RE100을 달성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애플 뿐만 아니라 RE100에 가입한 어지간한 글로벌 기업들은 Scope 3의 생산협력업체들에게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또한 곧 RE100 가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RE100 대열에 속속 합류할 것이고 수많은 국내 생산협력업체들이 RE100을 기업경영에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RE100을 B to B에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은 아니지만,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라면 RE100정도는 상식아니야?' 라는 언론과 여론의 반응, 그리고 RE100 기업들만 골라서 투자하는 신재생에너지관련 투자기관들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적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B to B 거래에 ESG를 요구하는 상황은 제도화되고 있다. 2022년 2월 23일에 EU가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amending Directive > 이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EU 역내의 500인 이상 글로벌 매출 1.5억 유로이상의 기업, 제3세계 인권, 사회문제에 영향이 큰 산업군(농업, 섬유, 광물)에 속한 기업 중 4천만 유로 이상의 순 매출을 올린 기업은 기업 자체의 운영, 자회사 및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이를 방지, 종결, 완화 및 책임을 질 수 있는 예방적 조치인 실사(Due Diligence)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B to B 거래가 ESG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리스크 관리 → 제품 차별화, ESG 투자대응, 글로벌 시장 적응 → 제도화' 를 거치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Dr Yoo's ESG MBA(12)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5)
기업과 기업간 거래 ( B to B)
상장사도 아니고 외부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도 아닌.. 게다가 정부의 ESG 관련 제도와 정책도 아직은 촘촘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대부분 CSR, 지속가능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글로벌 원청업체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을 시점으로 몇몇 국내기업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이유 또한 당시 글로벌 원청기업과 그 기업들이 속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이어 기업의 CSR 담당자는 ‘당시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거래 조건으로 지속가능경영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 방식은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른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수출 비중이 80% 넘는 우리회사로서는 지속가능보고서를 급하게 발간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했다.
이 타이어회사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시장에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거대기업의 공급사슬망 리스크 관리 경영원칙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 발간했고 그에 따라 사내에 지속가능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과 기업이 거래하는 B to B 거래에서 사회, 환경적 가치가 반영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영국 버밍엄에 살던 퀘어커 교도 존 캐드버리(John Cadbury)가 1824년에 창업한 캐드버리 초콜렛 이야기는 공정무역 역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캐드버리 초콜렛은 창업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초콜렛 원재료로 사용하는 카카오를 노예들이 일하는 농장에서 공급받지 않고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농장에서만 공급받는 선택을 했다.
※ 캐드버리 초콜릿이 현재도 그런 공정무역의 좋은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캐드버리 외에도 기업가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로 식민지 노예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지 않고 가능한 정당한 방법으로 거래 하려고 노력했던 극히 소수의 기업들이 근대 식민지 역사와 함께 존재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가 개인의 신념과 경영철학에 따른 예외적인 선택이었지 당시의 보편적인 기업 경영방식은 아니었다.
식민지 침탈과 노예 무역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식민지가 제국주의와 무력에 의한 국가 중심의 식민지였다면 20세기 중반 이후의 식민지는 신자본주의에 의한 자본과 기업의 경제식민지이다.
1960년대에 이르러 베트남 반전운동과 흑인해방운동을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시민들의 인권, 노동권,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관련 시민단체들이 생겨나면서 인권,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생산 공장을 제3세계로 대거 이전했다. 생산단가를 낮추어 경쟁력과 수익률을 동시에 높인다는 아주 일반적인 미국식 MBA 경영전략이었지만 결국 생산단가를 낮추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3세계 노동자와 자연환경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인권, 노동, 환경 등 기업운영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제도적으로 느슨하고 시민들의 인식수준이 낮은 제3세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마음대로 자연환경을 파괴한 후 헐값으로 사들인 원재료와 노예 노동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싼 인건비를 지급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은 이렇게 최소한의 자본으로 상품을 만든 후 비싼 값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팔았다. 1970년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이렇게 쌓아 올린 부로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보했다. 1980년대를 지나며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성장한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OECD가 1976년에 공표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 라인>은 이런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권, 노동권, 환경을 무시하고 식민지 시대와 같은 약탈적 생산과 무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OECD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시도를 했던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효력도 없는 가이드 라인 만을 가지고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OECD의 순진한 시도는 이렇다할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제3세계 공급사슬망의 인권, 노동권, 환경문제가 언론을 통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일어난 미국 기업 유니온 카바이트의 포스젠 가스 누출 참사가 발화점이 되었고 1996년 나이키 아동노동 실태 보도가 그 정점의 역할을 했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를 고발, 보도했고 당시 미국, 아니 세계를 대표했던 기업 나이키의 아동노동 실태 보도는 기업의 책임이 법인의 울타리를 넘어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나이키 아동노동 실태 보도 사건을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B to B 거래가 ESG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이때부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B to B 거래가 ESG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원청기업의 리스크 관리 측면이 80% 이상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 또한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공급사슬망의 사회와 환경 이슈 관리를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1980년대 말 미국에 아웃도어 열풍이 불어 당시 급성장하던 파타고니아는 생산협력업체를 늘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량을 늘려가기 급급했던 과정에서 생산 현장을 직접 가보지 않고 생산협력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품질도 떨어지고 납기도 맞추지 못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게다가 생산업체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여러 곳에서 전해졌다.
급기야 대량 반품사고가 벌어지고 생산공급업체에 대한 통제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사고가 겹치면서 파타고니아는 재정적 위기를 겪게 되었고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20여명을 해고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본쉬나드는 그의 책 <파도가 칠 때는 서핑>에서 이때를 회상하며 ‘생산협력업체 관리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생산협력업체와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성장 및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파타고니아를 비롯해 생산공장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은 사고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제조, 공급해 줄 수 있는 협력업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고의 범위가 품질, 가격, 납기 등 경제적인 부분이었다면 1990년 중반 이후 인권, 노동권, 환경으로 확대된 것이다.
2050년까지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약속을 한 기업들의 민간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Renewable Electricity)100은 B to B 거래의 ESG 영향을 1단계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원청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친환경 또는 혁신적 이미지를 갖게하는 차별화 전략 또는 친환경투자 대응 그리고 이 두가지가 합쳐진 글로벌 시장 대응 차원으로 한 단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세기 나이키를 이어 21세기 미국과 세계를 대표하고 있는 기업 애플은 2016년 9월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의 가입요건상 Scope1, 2에서 RE100을 달성하면 되기 때문에, Scope 3에 해당하는 생산협력업체의 RE100은 모른채할 수 있으나 애플은 Scope3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애플 등 미국의 어지간한 기업들은 자사의 공장은 하나도 없이 협력업체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대부분 생산하기 때문에 Scope 1,2 에서 RE100을 달성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RE100의 빈틈을 잘알고 있는 언론이나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RE100의 기준을 Scope 3까지 넓히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완성품을 조립하는 대만&중국기업 폭스콘이나 부속을 납품하는 삼성, LG, SK에 RE100을 달성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애플 뿐만 아니라 RE100에 가입한 어지간한 글로벌 기업들은 Scope 3의 생산협력업체들에게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또한 곧 RE100 가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RE100 대열에 속속 합류할 것이고 수많은 국내 생산협력업체들이 RE100을 기업경영에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RE100을 B to B에 적용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은 아니지만,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라면 RE100정도는 상식아니야?' 라는 언론과 여론의 반응, 그리고 RE100 기업들만 골라서 투자하는 신재생에너지관련 투자기관들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적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B to B 거래에 ESG를 요구하는 상황은 제도화되고 있다. 2022년 2월 23일에 EU가 발표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amending Directive > 이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EU 역내의 500인 이상 글로벌 매출 1.5억 유로이상의 기업, 제3세계 인권, 사회문제에 영향이 큰 산업군(농업, 섬유, 광물)에 속한 기업 중 4천만 유로 이상의 순 매출을 올린 기업은 기업 자체의 운영, 자회사 및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이를 방지, 종결, 완화 및 책임을 질 수 있는 예방적 조치인 실사(Due Diligence)를 해야만 한다.
이렇게 B to B 거래가 ESG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리스크 관리 → 제품 차별화, ESG 투자대응, 글로벌 시장 적응 → 제도화' 를 거치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