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Yoo's ESG MBA(8)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2)
ESG 투자의 증가
1. ESG 투자의 증가
구글 트렌드 분석을 보면 2020년 11월 국민연금이 2022년부터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에 ESG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열풍은 2021년 1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2025년부터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은 직후 열풍에서 태풍으로 커졌다. 즉, 현재 우리나라 ESG의 열풍은 ESG 투자 확대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ESG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초장기 투자의 특성 때문이다. 10년 이상 초장기 투자를 해야만 하는 연기금, 공적기금, 국부펀드 등은 기업의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이들 기금은 공공기금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서도 공공의 가치나 이익을 헤치는 기업들에 투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또한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하여 9개의 투자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국민연금의 첫 번째 투자원칙은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투자를 이행합니다”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의 연기금 또한 유사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수익률과 공공성을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하는 연기금은 기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투자자이다. 2020년 기준 전세계 300대 대형 연기금의 운용자산은 21조7천억달러(한화 약 2.6경)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21년 8월 기준 930조원이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거액 장기투자를 유치해야 회사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사와 은행들은 장기투자의 안정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노력 중에 하나가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이다.
사회책임투자는 18세기 미국의 종교기금투자를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1960년대 이후 일반적인 투자사나 은행들도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운영하는 고위험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해왔다.
2000년대 초반 사회책임투자는 UNGC의 지속가능발전 이념과 만나게 되어 UN PRI가 발족되었다. 2020년 말 기준 UN PRI 가입 투자사는 3,800개를 넘어섰고 이들의 운용자산은 약 121조3천억달러(한화 약 13경9,600조원)에 이른다.
2017년 CSR 유럽투어 2기때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UBS를 방문했다. UBS는 스위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특히 장기투자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최고의 은행으로 오랜기간 자리매김해왔다.
UBS의 SI(UBS는 ESG투자를 SI로 부른다. SI는 Sustainability Investment의 약자이며 지금도 UBS는 ESG란 용어보다는 SI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매니저는 SI의 증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UBS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1920년~2010년 동안 사회와 환경 리스트를 잘 관리하는 기업의 수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산업에 따라 다르지만) 2.4~7.5%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에서 굉장히 큰 숫자입니다. 또한,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와 환경 리스크에 신경을 쓸 정도로 경영에 여력이 있는 기업은 수익률 뿐만 아니라 장기 안정성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UBS는 2000년대 초반부터 SI 부서를 두고 SI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며, 2016년 기준으로 전체 투자 자산의 35%, 초장기 투자부분에서는 70% 이상을 SI를 고려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
☞ 클릭 : 마이클 포터의 TED 강연 바로가기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두번째 이유는 ESG가 새로운 '산업자본'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환경과 사회 문제/이슈가 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수록 사람(투자자, 기업가, 소비자, 입법/행정가)들은 자신의 안녕을 위해 그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아이디어나 솔루션이 있으면 그것에 자원을 투입, 구매하고 싶어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안정을 책임져야하는 정부의 정책자금은 당연히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때로는 앞질러 산업자본이 흘러간다. 2010년 1월 호 HBR에 실린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의 CSV 아티클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13년 6월 TED 강연에서 마이클 포터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사회와 환경문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UN과 같은 국제기구, 수많은 NGO, NPO들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기존의 기부나 자선이 아니라 비즈니스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앞으로 사회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 심각해질 수록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비즈니스가 큰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이클 포터의 CSV 아티클은 유독 한국에서만 각광을 받았다. 몇몇 언론의 바람몰이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CSV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CSV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사회, 환경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1990년대부터 등장했고 꽤 많은 기업들이 이미 그 전략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CSV가 한국에서 주목 받을 당시 CSV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언론과 기업들이 있었으면 지금의 때늦은 ESG 열풍이 그때 시작될 수 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은 CSR의 시대는 가고 CSV의 시대가 왔다고 큰 소리쳤다. CSR을 기업사회공헌과 같은 의미로 알고 있던 언론들의 실수이다.
마이클 포터는 자선과 기부의 방식으로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비즈니스 본체의 방향 전환을 요구한 것인데, 국내 언론들은 비즈니스 본체의 전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존의 기업사회공헌방식의 전환, 즉 전략적 사회공헌의 방법론들을 줄줄이 늘어놨다. 그결과 국내 몇몇 기업의 사회공헌팀이 CSV팀으로 강제 개명당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 ESG의 형국도 그리 되어가고 있다. 사회공헌팀이 CSR팀으로 바뀌고 CSR팀은 CSV팀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ESG 팀으로 이름을 갈아 치웠다. 사회공헌팀이 ESG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ESG는 사회공헌팀보다는 기업 비즈니스 본체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 담당해야 한다. ESG는 사회공헌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5년 첫번째 CSR 투어를 갔을때 영국 런던의 HSBC 본사를 방문했다. 당시 HSBC의 CSR 담당 임원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자본은 사회, 환경문제를... 특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 그리고 개인의 생존과 삶의 지속가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중략)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앞으로 매우 큰 투자처가 될 것이며 석유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은 후퇴하거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
GISA(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과 도이치방크가 함께 발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ESG관련 전세계 투자는 40.5조 달러에서 2030년 130조 달러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의 탈탄소 비즈니스의 급속한 성장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ESG 투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폴 등 아시아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세번째 이유는 관련 규제 때문이다. ESG 관련 규제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설명할 예정이다.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네번째 이유는 투자/금융기관의 대의명분 때문이다. 투자/금융기관도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될 때가 있다.
앞서 제시한 세가지 이유에 따라 투자/금융기관이 ESG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수익 모델과 전략에 있어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넘어 ESG 투자를 늘려간다는 것 자체가 투자/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대외적, 대의적으로 바람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측면에서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ESG 투자를 강조한 블랙록 CEO 래리핑크의 연례서한은 실질적인 이유보다는 대의명분적인 측면이 더 크다.
네번째 이유는 앞선 세가지 이유에 말 그대로 '따라 붙는 대의적 명분'일 뿐이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Dr Yoo's ESG MBA(8)
ESG, 지속가능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영역(2)
ESG 투자의 증가
1. ESG 투자의 증가
구글 트렌드 분석을 보면 2020년 11월 국민연금이 2022년부터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ESG를 고려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에 ESG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열풍은 2021년 1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2025년부터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은 직후 열풍에서 태풍으로 커졌다. 즉, 현재 우리나라 ESG의 열풍은 ESG 투자 확대가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ESG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초장기 투자의 특성 때문이다. 10년 이상 초장기 투자를 해야만 하는 연기금, 공적기금, 국부펀드 등은 기업의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이들 기금은 공공기금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 선정에 있어서도 공공의 가치나 이익을 헤치는 기업들에 투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또한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하여 9개의 투자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국민연금의 첫 번째 투자원칙은 “국민연금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투자를 이행합니다”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의 연기금 또한 유사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수익률과 공공성을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하는 연기금은 기업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투자자이다. 2020년 기준 전세계 300대 대형 연기금의 운용자산은 21조7천억달러(한화 약 2.6경)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21년 8월 기준 930조원이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거액 장기투자를 유치해야 회사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사와 은행들은 장기투자의 안정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노력 중에 하나가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이다.
사회책임투자는 18세기 미국의 종교기금투자를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1960년대 이후 일반적인 투자사나 은행들도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운영하는 고위험 기업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해왔다.
2000년대 초반 사회책임투자는 UNGC의 지속가능발전 이념과 만나게 되어 UN PRI가 발족되었다. 2020년 말 기준 UN PRI 가입 투자사는 3,800개를 넘어섰고 이들의 운용자산은 약 121조3천억달러(한화 약 13경9,600조원)에 이른다.
2017년 CSR 유럽투어 2기때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UBS를 방문했다. UBS는 스위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은행으로 특히 장기투자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최고의 은행으로 오랜기간 자리매김해왔다.
UBS의 SI(UBS는 ESG투자를 SI로 부른다. SI는 Sustainability Investment의 약자이며 지금도 UBS는 ESG란 용어보다는 SI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매니저는 SI의 증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UBS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1920년~2010년 동안 사회와 환경 리스트를 잘 관리하는 기업의 수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산업에 따라 다르지만) 2.4~7.5%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0년 이상의 초장기 투자에서 굉장히 큰 숫자입니다. 또한,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와 환경 리스크에 신경을 쓸 정도로 경영에 여력이 있는 기업은 수익률 뿐만 아니라 장기 안정성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UBS는 2000년대 초반부터 SI 부서를 두고 SI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며, 2016년 기준으로 전체 투자 자산의 35%, 초장기 투자부분에서는 70% 이상을 SI를 고려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
☞ 클릭 : 마이클 포터의 TED 강연 바로가기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두번째 이유는 ESG가 새로운 '산업자본'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환경과 사회 문제/이슈가 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수록 사람(투자자, 기업가, 소비자, 입법/행정가)들은 자신의 안녕을 위해 그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아이디어나 솔루션이 있으면 그것에 자원을 투입, 구매하고 싶어한다.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안정을 책임져야하는 정부의 정책자금은 당연히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때로는 앞질러 산업자본이 흘러간다. 2010년 1월 호 HBR에 실린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의 CSV 아티클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2013년 6월 TED 강연에서 마이클 포터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사회와 환경문제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UN과 같은 국제기구, 수많은 NGO, NPO들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기존의 기부나 자선이 아니라 비즈니스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앞으로 사회나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 심각해질 수록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비즈니스가 큰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마이클 포터의 CSV 아티클은 유독 한국에서만 각광을 받았다. 몇몇 언론의 바람몰이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CSV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CSV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사회, 환경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1990년대부터 등장했고 꽤 많은 기업들이 이미 그 전략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CSV가 한국에서 주목 받을 당시 CSV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언론과 기업들이 있었으면 지금의 때늦은 ESG 열풍이 그때 시작될 수 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은 CSR의 시대는 가고 CSV의 시대가 왔다고 큰 소리쳤다. CSR을 기업사회공헌과 같은 의미로 알고 있던 언론들의 실수이다.
마이클 포터는 자선과 기부의 방식으로 사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비즈니스 본체의 방향 전환을 요구한 것인데, 국내 언론들은 비즈니스 본체의 전환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존의 기업사회공헌방식의 전환, 즉 전략적 사회공헌의 방법론들을 줄줄이 늘어놨다. 그결과 국내 몇몇 기업의 사회공헌팀이 CSV팀으로 강제 개명당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 ESG의 형국도 그리 되어가고 있다. 사회공헌팀이 CSR팀으로 바뀌고 CSR팀은 CSV팀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ESG 팀으로 이름을 갈아 치웠다. 사회공헌팀이 ESG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ESG는 사회공헌팀보다는 기업 비즈니스 본체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 담당해야 한다. ESG는 사회공헌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5년 첫번째 CSR 투어를 갔을때 영국 런던의 HSBC 본사를 방문했다. 당시 HSBC의 CSR 담당 임원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자본은 사회, 환경문제를... 특히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 그리고 개인의 생존과 삶의 지속가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중략)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앞으로 매우 큰 투자처가 될 것이며 석유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은 후퇴하거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
GISA(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과 도이치방크가 함께 발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20년 ESG관련 전세계 투자는 40.5조 달러에서 2030년 130조 달러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의 탈탄소 비즈니스의 급속한 성장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ESG 투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폴 등 아시아로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세번째 이유는 관련 규제 때문이다. ESG 관련 규제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설명할 예정이다.
ESG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네번째 이유는 투자/금융기관의 대의명분 때문이다. 투자/금융기관도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될 때가 있다.
앞서 제시한 세가지 이유에 따라 투자/금융기관이 ESG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수익 모델과 전략에 있어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넘어 ESG 투자를 늘려간다는 것 자체가 투자/금융기관의 입장에서 대외적, 대의적으로 바람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측면에서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ESG 투자를 강조한 블랙록 CEO 래리핑크의 연례서한은 실질적인 이유보다는 대의명분적인 측면이 더 크다.
네번째 이유는 앞선 세가지 이유에 말 그대로 '따라 붙는 대의적 명분'일 뿐이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