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 후기(4) _ 혁신기업,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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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어 후기(4) 

혁신기업,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블루마블, 코펜하겐으로...

 

자유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일정을 마치고 덴마크 코펜하겐 비행기에 올랐다. 코펜하겐, 블루마블 게임에서나 보던 도시에 가다니... 인어공주님도 만날 수 있다니.... 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1위로 연거푸 선정된 바로 그 도시에 드디어 가다니....

 

그 기대와 환상은 코펜하겐 도착 1시간 만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늦은 저녁 시간에 도착한 코펜하겐, 간단한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간 푸드코트에서 정말 간단한 "라면"을 주문했는데.... 라면 값이 무려 2만5천원!! 코펜하겐의 지속가능성은 이 엄청난 물가를 감당하지 못한 시민들이 최대한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

 



       



 

 

최고가 아닌 최선의 행동...

 

비싼 라면 값에 화들짝 화들짝 놀란 우리 일행은 숙소(코펜하겐 중앙역 인근의 호스텔 "스틸하우스".. 젊은 배낭여행객에게 완전 강추!!)의 주방을 이용해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레스토랑의 음식 값은 무지하게 비쌌지만, 마트의 식재료 물가는 유럽의 다른 곳과 비슷해서 코펜하겐에 머무는 동안 저녁 식사를 직접 해 먹었다. 맛은 ~ ^^;;

 

코펜하겐의 첫 일정은 코펜하겐을 "지속가능성 1위 도시"로 만들어 준 랜드마크 "코펜 힐(Hill)" 방문, 해안 도시인 코펜하겐은 산과 언덕이 없는 완전 평지라 자전거를 타기 좋은 도시 1위로도 꼽힌다.

 

그런 코펜하겐에서 쓰레기 처리를 고민하던 중 쓰레기를 땅에 묻지 말고 연료로 사용하자는 시민 제안이 나왔고, 석탄을 이용해 발전을 하던 발전소를 개조해 쓰레기를 태우는 열병합 발전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열병합발전소 외벽을 스키 슬로프와 인공암벽 등반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레포츠 공간으로 제공했다. 언덕과 산이 없는 코펜하겐에 새로운 언덕(Hill)이 생겨난 것이다.

 

우리를 가이드 해준 청년 조셉슨(Josefsen)과의 대화는 유쾌하고도 묵직(!)했다.  

 

"처음에 코펜 힐을 짓는다고 했을때 저 또한 의심이 들었어요. 과연 쓰레기를 태우는 방법이 정말 친환경적인가?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 커다란 열병합발전소를 제대로 돌리기 위해선 코펜하겐에서 나오는 쓰레기만으로 모자라, 해외에서 쓰레기를 수입해야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좋은 방법인가?"

 

"시민들과 환경단체, 정부와 코펜하겐 시청의 공무원들이 모여서 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위해 여러차례 토론을 했어요. 결론은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선의 행동을 해야한다' 였어요. 이 말은 덴마크의 오래된 격언이예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벽한 최고의 방법만 고집하다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최고가 아니더라도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행동을 하면서 최고라는 방향을 놓치지 않으면 되거든요."

 

"코펜힐은 지금 1단계를 마쳤어요. 이제 2단계, 3단계를 진행하고 있죠. 2단계는 코펜힐 주변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것이예요. 보시다시피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설치되어 운영 중이구요. 코펜힐 바로 앞에 있는 저 건물이 바이오가스 발전소예요. 주로 음식물 쓰레기, 동물의 분변, 목재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발전을 하는 곳인데, 다른 지역의 바이오가스 발전소는 주변에 악취를 풍기지만... 이곳은 악취가 아주 조금만 나고 있어요. (실제 현장에서 악취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 아파트 단지의 분리 수거장 보다 냄새가 덜 났다.)"

 

"3단계는 저 앞에 보이는 섬과 이곳을 연결해서 100% 신재생에너지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거예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바다를 매립하는 흙의 일부를 코펜힐에서 나온 쓰레기 소각재를 활용할 예정이예요. 그리고, 새롭게 건설된 도시를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은 주로 20~30대 젊은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신도시에서  주로 거주할 사람은 청년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조셉슨에게 질문했다. 덴마크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로 유명한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글쎄요. 그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덴마크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부터 자연에서 놀고 자연과 어울리는 것을 가능한 많이 시키려고 해요. 저희 부모님도 그랬구요. 학교에서도 자연의 중요성이나 환경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을 많이 하고요. 그런 성장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덴마크인들에게 자연보호는 아주 상식적인 일이예요."

 

질문 하나를 더 했다. 조셉슨의 친구들은 환경보전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연보호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주로 스포츠나 음악, 영화 같은 얘기를 하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코펜 힐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보시다시피 지금도 저 굴뚝에서 수증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저 열과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그냥 날려보내는 것 보다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우리 일행은 조셉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 생각도 친구들과 마찬가지예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면 기후위기 문제가 혁신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코펜힐 굴뚝에서 배출하는 연기의 99%는 수증기예요. 이산화탄소는 공정상에 이미 포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100%는 아니예요. 기술개발이 더 필요한 건 사실이죠"

 

그렇게, 코펜힐 투어를 마쳤다.

 

최고를 고집하지 말고 최선의 행동을 지금하자!! 그러나 최고라는 방향성을 잃어 버려서는 안된다.

 

조셉슨이 준 교훈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의자를 만드는 "Wehlers(웰러스)"

 

코펜힐 방문을 마친 후 보트버스를 타고 인어공주동상이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수 많은 방문객들이 리뷰했지만, 실상 인어공주상은.... 

 

공원 푸드트럭에서 하나에 8천원을 주고 핫도그를 사먹고 향한 곳은 "Wehlers(웰러스)" 라는 혁신기업이다. 웰러스의 CEO Henrik Holm(헨리크 홈)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눈동자를 가진 헨리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속가능성이란 말의 뜻을 아세요?"

 

우리 일행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2000년대 중반 MBA를 다녔는데 그때 교수님이 '지속가능성'이 무슨 뜻이냐고 학생들에게 질문했어요. 저는 머리 속으로 지속가능성이란게 뭐야... 기업이 비즈니스를 지속한다는 의미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죠."

 

"교수님은 기업의 비즈니스가 어떻게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한 학기동안 강의하셨어요. 그 교수님은 앞으로 미래에는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것이고 그 기업들이 산업을 선도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서 하셨죠."

 



     

시험삼아 한 번 해볼까?

 

"그때 저는 가구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구 산업과 환경문제 해결하는 주제로 MBA 리포트를 쓰게되었는데 그때 마침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고, 그래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가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냈죠. 개인적으로는 MBA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부하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게 되었어요. 우리 집 아이들이 나중에 저에게 '아빠는 환경 문제에 대해 무엇을 했어요' 라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플라스틱 폐기물을 넘쳐나니까, 이것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졌어요. 저는 주로 가구 디자인과 제조에 관한 일을 했고, 아내는 커뮤니케이션과 영업 일을 했으니까 같이 새로운 회사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이 이른거죠"

 


공동 CEO Maria Henrik - 사진 : https://en.wehlers.com


 

Sweet Spot

 

"순환경제모델(Circular Economy)이라는 큰 방향을 잡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것인가? 어떤 고객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인가?에 대한 Sweet Spot(경영전략용어 : 우리 기업이 집중해야 할 고객가치, 시장을 의미)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당연히 폐플라스틱을 상품화하기위한 과정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죠."

 

"가구회사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협력했던 플라스틱 가공회사 등과 수없이 연구개발 미팅을 했어요. 처음에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 보다는 제가 일하던 회사에서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는데, 그 회사의 제품 라인과 특성, 가격, 주요 고객(주로 개인)을 생각해보니 답을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

 

"플라스틱 재료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도 이런 제품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저 보다 비즈니스를 더 잘하는 아내도 같은 생각이더군요. 그래서 2017년에 Wehlers(웰러스)를 창업하고 사무용 의자를 출시했죠. 웰러스는 아내의 결혼 전 성이예요^^"

 

"아내와 저는 웰러스의 Sweet Spot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찾았어요. 개인 고객은 의자를 한 번사면 망가질때까지 십수년 넘게 사용하기도하고 구매력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에 비해 기업은 몇년에 한번씩 사무가구를 업그레이드 하죠. 많이 사용하니까 고장도 많이나고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가구 교체는 필요하죠.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예요. 시청, 병원, 학교 같은 곳도 몇년에 한번씩은 가구를 대량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그 시장이 우리의 스윗스폿이라고 생각한거죠"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이지만, 처음부터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큰 계약을 따내는 일은 어려웠어요. 아내가 영업하느라 고생을 많이했죠. 지금도 병원에 가서 계약을 하기위해 미팅을 하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2019년에 EU 그린딜 계획이 발표되었고, 연이어서 덴마크에서도 자원재활용이라는 것이 공론화되고 제도화되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도 자원재활용, 폐플라스틱 자원화 등이 사회 이슈였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몇 %이상 재활용 자원을 반드시 써야한다는 강제규정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생긴 것이죠. 특히 공공기관은 제도에 모범을 보여야하기 때문에 가구나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소재 중에 몇%이상은 재활용 소재를 써야한다는 것이 조달규칙이 되었고, 우리는 그 기회의 창을 놓치지 않은 거예요"

 

"폐그물이 1차 소재이지만, 우리는 가전회사의 폐플라스틱, 병원에서 나온 폐플라스틱도 재료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폐기물이 나온 기업과 병원에가서 당신들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의자를 만들어 줄테니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한 것이죠. 우리의 Sweet Spot 이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https://en.wehlers.com/pages/katalog-2022

 



 

 

순환경제 포에버!!

 

우리는 10년 후에 Wehlers(웰러스)가 어떤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했다. 헨리크는 이렇게 답했다.

 

"순환경제를 확산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해요.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죠. 덴마크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아시아에서도 자원을 재활용해서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많이 생긴다면 쓰레기는 골치꺼리가 아니라 귀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니까요."

 

"자원재활용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고, 고객의 시각 변화도 필요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업은 디자인과 품질면에서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해요. 디자인과 품질이 떨어지면 아무리 제도가 바뀌고 고객이 원해도 판매할 수 없어요. 그건 변치 않는 비즈니스의 불문율이자 황금률이죠"

 



 

전략은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파타고니아가 그랬고 유니레버가 그랬고 페어폰과 토니스초코론리도 그랬다. Wehlers(웰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뛰어난 제품을 성공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Wehlers(웰러스)가 기업과 공공기관, 자원재활용 제도의 Sweet Spot을 찾아 집중 공략했듯이 말이다. 

 

혁신기업의 성공을 꿈꾼다면 기억하자,

 

"뛰어난 제품 + Sweet Sp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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