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두 번째 날, 오전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맥주 '하이네켄' 박물관에 갔다. 하이네켄도 나름대로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소문난 회사라서 여러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대여섯번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우리 방문 일정에 자체 행사가 있어 만나기 어렵다는 짤막한 답변이 왔다. 그래도 암스테르담까지 왔는데 하이네켄을 그냥 지나칠 수 는 없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암스테르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 한국에서 맛본 하이네켄과는 사뭇 다른 '무지 깔끔하고 청량한 하이네켄 칵테일' 을 맛보았다.
지하철을 타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관통해 암스테르담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네덜란드에서 "미친 달콤함"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초콜렛 "토니스 초코론리"가 자리 잡고 있다.
토니스 초코론리는 TV와 라디오 프로듀서였던 Teun Van de Keuken(테운 반 데 케우켄)이 2005년 설립한 회사이다. 테운은 2003년 네덜란드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초콜렛의 원료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예노동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발한 TV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초콜렛 제조회사들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고 잠시 일어났던 시민들의 관심도 금방 시들해졌다.
테운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방법은 본인이 직접 아동노동이 없는 초콜렛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장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다.
암스테르담 항구가 창밖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토니스초코론리의 본사 사무실에서 커뮤니케이션 파트 리더인 비비안느(Bibianne)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비비안느는 토니스초코론리의 시작에서부터 성장과정, 그리고 현재까지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설립자인 테운은 TV 프로듀서였기 때문에 실제 초콜렛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죠. 우선 자신이 취재한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브아르 카카오 농장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아동 노동이 없는 카카오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현지에서 물어봤죠."
"되돌아온 답은 간단했어요. 카카오를 수확할 때 어른 노동자를 구해서 어른 인건비를 제대로 주고 수확하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카카오 농장에서 아이들을 쓰는 이유는 카카오를 사가는 중개업자들이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카카오를 사가기 때문에 그 돈으로 어른 노동자들 쓸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테운은 카카오 수확기에 다시 농장을 찾아 제대로 어른 인건비를 주고 어른 노동자들을 구한 뒤 수확한 카카오 열매를 직접 네덜란드로 가져왔어요. 그리고 초콜렛을 만들었죠. 이것이 토니스 초코론리의 시작이예요"
단, 이틀만에 2만개를 판매하다.
"테운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구매해온 카카오열매를 가공해서 작은 초콜렛바 2만개를 만들었어요. 테운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온 코코아를 가지고 몇 개의 초콜렛을 만들 수 있는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적도 있어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든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도 해요. 테운은 인터넷과 암스테르담 언론 매체에 아이들이 수확하지 않는 초콜렛을 판다고 작은 광고를 냈어요.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단, 이틀 만에 준비한 초콜렛이 모두 다 팔린 거예요"
"이틀만에 2만개가 팔리자, 테운은 진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지인들의 투자를 받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 브랜드를 만들고 아동노동이 없는 제대로된 초콜렛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상품명과 브랜드도 만들었죠. 테운의 어렸을때 영어 이름이 Tony이고 Choco(초콜렛) + lonely(홀로)의 합성어를 브랜드 명으로 정했어요. 테운이 이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아무도 초콜렛의 아동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lonely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예요."
균등하지 않은 초콜렛 산업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린 토니스 초콜렛 겉포장을 열어보면, 초콜렛 모양이 다른 초콜렛과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의 초콜렛은 나눠 먹기 좋게 균등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토니스 초코론리는 울퉁불퉁하고 불균등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초콜렛 산업 전체의 불공정과 노동들자에게 균등하지 않는 수익 배분 구조를 상징한 것이예요. 그리고 우리의 상징인 아동노동, 노예노동의 사슬을 끊자는 Open Chain 마크가 새겨져 있죠."
"초콜렛 문양 중에 일부는 토니스 초콜렛의 원료인 카카오가 생산된 지역을 나타내요. 코트디브아르, 가나, 토고, 나이지리아, 카메룬이예요. 이 중에서 코트디브아르와 가나, 이 두 나라가 전세계 카카오의 60%를 생산하구요. 이 두 나라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꾼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2백 5십만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중 1백56만명 정도가 아동 노동이라고 잠정 집계되고 있어요. 그리고, 3만명~9만명 정도의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종일 노동에 시달릴 만큼 아주 악질적인 노예노동상태라고 파악하고 있어요."
아동노동의 원인은 결국 어른의 욕심
"토니스 초코론리가 처음 런칭했을때 '가난한 아이들은 일을 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동 노동은 필요악이다' 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이 그런 목소리들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동 노동의 정의를 보다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공정노동무역협회를 비롯해 UN 인권위원회 등은 아동 노동을 여러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어요"
"토니스 초코론리와 함께 'Open Chain' 마크를 사용하는 회사들은 각 국가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노동 가능 연령(보통 만15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 양육, 교육의 권리를 박탈 당한 채 돈을 벌기 위해 정기적인 노동을 하는 것을 아동 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특히, 부모나 보호자의 강요로 수익을 얻기 위해 강제로 하는 노동을 악질적 아동노동이라고 보고 있어요. 한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집안 일(청소, 설거지, 동생 돌보기 등)을 하거나 잠깐 소액의 돈을 받고 심부름을 하는 것을 아동 노동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초콜렛 산업에서 아동노동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카카오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예요. 초콜렛을 만드는 유럽의 기업들이 가능한 낮은 가격에 원재료를 구매하려고 하고, 아프리카 카카오 생산농장과 유럽의 초콜렛 기업들 사이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중간 거래상들이 있다보니 실제 카카오 농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인건비가 지불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결국 아동노동의 원인은 어른들의 돈 욕심에서 나오는 거예요"
"토니스 초코론리는 처음에는 이 문제를 홀로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다행이도 곧 뜻을 같이하는 초코렛 브랜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완성품 초콜렛을 만드는 기업도 있고 카카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회사들도 있어요. 이들과 함께 카카오 원료를 제 값에 주고 사기 위한 방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생각은 간단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네슬레, 유니레버를 비롯해 카카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은 사실이예요. 하지만 그 회사들은 너무 큰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전체 원재료를 추적하기 어렵죠. 그에 비해 토니스 초코론리와 협력하는 회사들은 그리 큰 규모의 회사도 아니고,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100% 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100% 추적을 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현지의 카카오 농장과 깊은 신뢰관계를 맺어야 해요. 대부분의 카카오 농장들이 큰 규모가 아니고 일꾼 10~20명 정도를 쓰는 작은 곳들이기 때문에 지역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러려면 기존의 거래처 보다 당연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계약을 맺어야 그 지역 전체의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창립자 테운은 원재료 값만 제대로 지불하면 아동 노동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해지자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되었어요. 우리가 계약한 마을의 농장에서는 아동 노동이 없어졌지만, 아이들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없어진 부모들은 아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노동을 시키는 일이 종종 벌어졌어요. 그래서 원재료 값만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죠."
"어른 인건비를 제대로 지불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른 지역의 농장에 보내지 않아도 될 만큼 수입을 얻게 하려면, 농장에서 좋은 품질의 카카오가 많이 생산되어야겠죠. 그래서, 우리와 협력하는 회사들은 농장이 좋은 코코아 품종의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는 농업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땅이 없어 일꾼으로만 일하는 어른들이 자신의 카카오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하는 농장 시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혼자 할 수 일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 테운이 이 일을 시작했을때 혼자 밖에 없다는 뜻의 lonely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lonely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소비자들이 아동노동문제와 문제해결에 관심이 없으면 우리가 하는 일이 결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상업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상품자체에 아동 노동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메세지를 앞세우고 있어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는데요.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에 12월 달력이 들어간 초콜렛 박스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어요. 그 초콜렛 박스의 날짜 숫자를 하나씩 열면 그 안에 작은 초콜렛이 하나씩 들어있어요. 아이들이 매일 다른 맛의 초콜렛을 맛보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거죠"
"토니스 초콜렛도 크리스마스 초콜렛 박스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의 초콜렛 박스와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초콜렛이 들어있지 않은 날짜도 있다는 것이예요. 처음에는 초콜렛 상자에 붙은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들어왔지만, 잘 설명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게 초콜렛을 맛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은 이 초콜렛을 맛보지도 못한채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힘겹게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초콜렛이 들어있지 않는 날짜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불만을 계속 얘기하는 고객들이 있기는 해요 ^^"
<토니스 초코론리의 직원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해 보자
"사실, 초콜렛을 비롯한 식품산업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팜유만 하더라도 원시림파괴,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원주민 인권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하나도 제대로 해결한 것이 없어요."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죠. 하나 하나 놓고 보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너무 많아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모두 해결하겠다고 하면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에만 집중하자!! 창업자가 이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초콜렛의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첫째, 100% 추적, 둘째, 지역 단위 장기 직접 구매계약, 셋째, 농장과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찾아낸 것이예요. 이 방법을 통해 우리가 먼저 문제 해결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기업과 고객들이 함께 한다면 초콜렛 산업의 아동노동이라는 한 가지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100% vs 100점
비비안느가 선물한 토니스 초코론리를 받아들고 나오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 글로벌 지속가능성 이슈의 중대한 단 한가지 문제라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
백개가 훌쩍 넘는 ESG 평가문항 하나하나에 정답을 달기 위해 실제 하지도 않는 일들을 써놓고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100점이 아니라 100% 문제해결을 위해 애쓰자고 하면 어떤 응답이 돌아올까 사뭇 궁금했다.
유럽투어후기(3) _ 토니스초코론리, TONY'S CHOCOLONELY
"하나라도 제대로!!"
OPEN CHAIN !! 사슬을 끊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두 번째 날, 오전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맥주 '하이네켄' 박물관에 갔다. 하이네켄도 나름대로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소문난 회사라서 여러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대여섯번 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우리 방문 일정에 자체 행사가 있어 만나기 어렵다는 짤막한 답변이 왔다. 그래도 암스테르담까지 왔는데 하이네켄을 그냥 지나칠 수 는 없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암스테르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 한국에서 맛본 하이네켄과는 사뭇 다른 '무지 깔끔하고 청량한 하이네켄 칵테일' 을 맛보았다.
지하철을 타고 암스테르담 시내를 관통해 암스테르담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네덜란드에서 "미친 달콤함"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초콜렛 "토니스 초코론리"가 자리 잡고 있다.
토니스 초코론리는 TV와 라디오 프로듀서였던 Teun Van de Keuken(테운 반 데 케우켄)이 2005년 설립한 회사이다. 테운은 2003년 네덜란드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초콜렛의 원료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예노동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발한 TV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초콜렛 제조회사들은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고 잠시 일어났던 시민들의 관심도 금방 시들해졌다.
테운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방법은 본인이 직접 아동노동이 없는 초콜렛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장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다.
암스테르담 항구가 창밖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토니스초코론리의 본사 사무실에서 커뮤니케이션 파트 리더인 비비안느(Bibianne)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비비안느는 토니스초코론리의 시작에서부터 성장과정, 그리고 현재까지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설립자인 테운은 TV 프로듀서였기 때문에 실제 초콜렛 비즈니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죠. 우선 자신이 취재한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브아르 카카오 농장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아동 노동이 없는 카카오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현지에서 물어봤죠."
"되돌아온 답은 간단했어요. 카카오를 수확할 때 어른 노동자를 구해서 어른 인건비를 제대로 주고 수확하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카카오 농장에서 아이들을 쓰는 이유는 카카오를 사가는 중개업자들이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카카오를 사가기 때문에 그 돈으로 어른 노동자들 쓸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테운은 카카오 수확기에 다시 농장을 찾아 제대로 어른 인건비를 주고 어른 노동자들을 구한 뒤 수확한 카카오 열매를 직접 네덜란드로 가져왔어요. 그리고 초콜렛을 만들었죠. 이것이 토니스 초코론리의 시작이예요"
단, 이틀만에 2만개를 판매하다.
"테운은 아프리카에서 직접 구매해온 카카오열매를 가공해서 작은 초콜렛바 2만개를 만들었어요. 테운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온 코코아를 가지고 몇 개의 초콜렛을 만들 수 있는지도 몰랐다고 고백한 적도 있어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만든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도 해요. 테운은 인터넷과 암스테르담 언론 매체에 아이들이 수확하지 않는 초콜렛을 판다고 작은 광고를 냈어요.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단, 이틀 만에 준비한 초콜렛이 모두 다 팔린 거예요"
"이틀만에 2만개가 팔리자, 테운은 진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지인들의 투자를 받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 브랜드를 만들고 아동노동이 없는 제대로된 초콜렛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상품명과 브랜드도 만들었죠. 테운의 어렸을때 영어 이름이 Tony이고 Choco(초콜렛) + lonely(홀로)의 합성어를 브랜드 명으로 정했어요. 테운이 이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아무도 초콜렛의 아동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lonely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예요."
균등하지 않은 초콜렛 산업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린 토니스 초콜렛 겉포장을 열어보면, 초콜렛 모양이 다른 초콜렛과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의 초콜렛은 나눠 먹기 좋게 균등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토니스 초코론리는 울퉁불퉁하고 불균등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초콜렛 산업 전체의 불공정과 노동들자에게 균등하지 않는 수익 배분 구조를 상징한 것이예요. 그리고 우리의 상징인 아동노동, 노예노동의 사슬을 끊자는 Open Chain 마크가 새겨져 있죠."
"초콜렛 문양 중에 일부는 토니스 초콜렛의 원료인 카카오가 생산된 지역을 나타내요. 코트디브아르, 가나, 토고, 나이지리아, 카메룬이예요. 이 중에서 코트디브아르와 가나, 이 두 나라가 전세계 카카오의 60%를 생산하구요. 이 두 나라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꾼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2백 5십만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중 1백56만명 정도가 아동 노동이라고 잠정 집계되고 있어요. 그리고, 3만명~9만명 정도의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종일 노동에 시달릴 만큼 아주 악질적인 노예노동상태라고 파악하고 있어요."
아동노동의 원인은 결국 어른의 욕심
"토니스 초코론리가 처음 런칭했을때 '가난한 아이들은 일을 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아동 노동은 필요악이다' 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이 그런 목소리들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동 노동의 정의를 보다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공정노동무역협회를 비롯해 UN 인권위원회 등은 아동 노동을 여러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어요"
"토니스 초코론리와 함께 'Open Chain' 마크를 사용하는 회사들은 각 국가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노동 가능 연령(보통 만15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 양육, 교육의 권리를 박탈 당한 채 돈을 벌기 위해 정기적인 노동을 하는 것을 아동 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요. 특히, 부모나 보호자의 강요로 수익을 얻기 위해 강제로 하는 노동을 악질적 아동노동이라고 보고 있어요. 한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집안 일(청소, 설거지, 동생 돌보기 등)을 하거나 잠깐 소액의 돈을 받고 심부름을 하는 것을 아동 노동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초콜렛 산업에서 아동노동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카카오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예요. 초콜렛을 만드는 유럽의 기업들이 가능한 낮은 가격에 원재료를 구매하려고 하고, 아프리카 카카오 생산농장과 유럽의 초콜렛 기업들 사이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많은 중간 거래상들이 있다보니 실제 카카오 농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인건비가 지불되고 있는 상황인거죠. 결국 아동노동의 원인은 어른들의 돈 욕심에서 나오는 거예요"
"토니스 초코론리는 처음에는 이 문제를 홀로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다행이도 곧 뜻을 같이하는 초코렛 브랜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완성품 초콜렛을 만드는 기업도 있고 카카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회사들도 있어요. 이들과 함께 카카오 원료를 제 값에 주고 사기 위한 방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생각은 간단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네슬레, 유니레버를 비롯해 카카오를 원료로 사용하는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은 사실이예요. 하지만 그 회사들은 너무 큰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전체 원재료를 추적하기 어렵죠. 그에 비해 토니스 초코론리와 협력하는 회사들은 그리 큰 규모의 회사도 아니고,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100% 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100% 추적을 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현지의 카카오 농장과 깊은 신뢰관계를 맺어야 해요. 대부분의 카카오 농장들이 큰 규모가 아니고 일꾼 10~20명 정도를 쓰는 작은 곳들이기 때문에 지역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러려면 기존의 거래처 보다 당연히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계약을 맺어야 그 지역 전체의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창립자 테운은 원재료 값만 제대로 지불하면 아동 노동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많은 원료가 필요해지자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되었어요. 우리가 계약한 마을의 농장에서는 아동 노동이 없어졌지만, 아이들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없어진 부모들은 아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노동을 시키는 일이 종종 벌어졌어요. 그래서 원재료 값만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죠."
"어른 인건비를 제대로 지불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른 지역의 농장에 보내지 않아도 될 만큼 수입을 얻게 하려면, 농장에서 좋은 품질의 카카오가 많이 생산되어야겠죠. 그래서, 우리와 협력하는 회사들은 농장이 좋은 코코아 품종의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는 농업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땅이 없어 일꾼으로만 일하는 어른들이 자신의 카카오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하는 농장 시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혼자 할 수 일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에 테운이 이 일을 시작했을때 혼자 밖에 없다는 뜻의 lonely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lonely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소비자들이 아동노동문제와 문제해결에 관심이 없으면 우리가 하는 일이 결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상업광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상품자체에 아동 노동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메세지를 앞세우고 있어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는데요.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에 12월 달력이 들어간 초콜렛 박스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어요. 그 초콜렛 박스의 날짜 숫자를 하나씩 열면 그 안에 작은 초콜렛이 하나씩 들어있어요. 아이들이 매일 다른 맛의 초콜렛을 맛보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거죠"
"토니스 초콜렛도 크리스마스 초콜렛 박스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의 초콜렛 박스와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초콜렛이 들어있지 않은 날짜도 있다는 것이예요. 처음에는 초콜렛 상자에 붙은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들어왔지만, 잘 설명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게 초콜렛을 맛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은 이 초콜렛을 맛보지도 못한채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힘겹게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초콜렛이 들어있지 않는 날짜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설명을 해도 불만을 계속 얘기하는 고객들이 있기는 해요 ^^"
<토니스 초코론리의 직원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해 보자
"사실, 초콜렛을 비롯한 식품산업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팜유만 하더라도 원시림파괴,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원주민 인권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하나도 제대로 해결한 것이 없어요."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죠. 하나 하나 놓고 보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너무 많아요.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모두 해결하겠다고 하면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에만 집중하자!! 창업자가 이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초콜렛의 아동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첫째, 100% 추적, 둘째, 지역 단위 장기 직접 구매계약, 셋째, 농장과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찾아낸 것이예요. 이 방법을 통해 우리가 먼저 문제 해결의 성공사례를 만들고, 뜻을 같이하는 기업과 고객들이 함께 한다면 초콜렛 산업의 아동노동이라는 한 가지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꼭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100% vs 100점
비비안느가 선물한 토니스 초코론리를 받아들고 나오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 글로벌 지속가능성 이슈의 중대한 단 한가지 문제라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
백개가 훌쩍 넘는 ESG 평가문항 하나하나에 정답을 달기 위해 실제 하지도 않는 일들을 써놓고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100점이 아니라 100% 문제해결을 위해 애쓰자고 하면 어떤 응답이 돌아올까 사뭇 궁금했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