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후기(2)_Fairphone, 사회혁신기업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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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어후기(2)

Fairphone, 사회혁신기업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무역과 자유의 나라 네덜란드

 

독일 일정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3시간 40분을 달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네덜란드..!!  "걸어서 세계속으로.." 에서나 보았던 바로 그 나라에 와 있다니.. 일행 모두가 처음 와보는 나라에 발을 딛자 설레임이 한 가득 몰려왔다. 무엇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위용은 대단했다.

 

네덜란드가 어떤 나라인가? 17세기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해상 무역의 황금 시대를 이끌던 나라다. 남아프리카, 인도와 오세아니아, 중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까지 무역선을 보냈다. 백제 멸망 후 도공들이 대거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 도공들의 후예가 만든 도자기를 네덜란드 무역상들이 유럽으로 전했다. 일본의 도자기는 중국 도자기와 함께 유럽 도자기의 뿌리가 되었다. 

 

일본을 향해가다 제주도에 표류해 13년이나 조선에 살며 표류기를 남긴 하멜이 바로 네덜란드 사람이다. 세계 금융과 무역의 중심인 미국의 뉴욕 또한 예전 명칭은 뉴암스테르담이었다. 즉, 암스테르담 무역상들이 신대륙 무역을 위해 건설한 항구도시가 바로 미국 뉴욕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에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황금기를 누렸던 네덜란드의 국력이 고스란히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남아있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크기와 위용, 화려함은 내가 본 외국 도시의 기차역 중에 가장 대단했다. 

 

21세기 네덜란드는 "자유와 인권"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다수의 국제 기구와 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의 자유, 경제적 자유, 자기개발지수, 삶의 만족도에서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이다. 이런 자유와 인권을 뒷받침하는 1인당 GDP도 세계 7위에 이른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네덜란드 왕궁에 이르는 중앙로는 자유와 인권을 만끽할 수 있는 거리다. 거리를 따라 운행되는 트랩에도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그려져 있고 "Everyone is welcome here" 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써있다.

 



 

Fairphone 은 왜 Fair 폰인가?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요즘 네덜란드에서 가장 핫한 IT혁신기업 Fairphone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 항구길을 1시간쯤 걸어서 도착한 공유 오피스에 Fairphone이 자리잡고 있었다. Fairphone의 CIO(Chief Impact Officer) Monique Lempers(모니끄 렘퍼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모니끄는 페어폰이 설립된지 2년 후인 2015년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페어폰의 성장을 함께 해온 Fairphone의 핵심인물이다. 모니끄가 페어폰의 일원이 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헤쳐나온 원동력에는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 문제 해결" 이라는 원대한 목적과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이라는 비즈니스 아이템 때문이었다고 했다.

 

"A폰은 고장나면 수리도 잘 안되고 새로 사려면 엄청나게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그 누구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죠. 스마트폰은 거대 기업이나 하는 그런 사업이라고 핑계를 댔죠. 그런데 Fairphone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불가능처럼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거든요"  

 



 

페어폰의 설립자인 바스 반 아벨(Bas van Abel)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기술을 개방하여 여러 사람들이 기술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오픈 소스와 오픈 디자인 운동을 펼치던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다. 지금도 페어폰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픈 소스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2011년 A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산업이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분쟁광물과 노동자 인권 이슈가 터지자 분쟁광물 문제가 없고 공정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만들자는 "Fairphone 캠페인"을 SNS를 기반으로 시작했다.

 

오픈 소스, 오픈 디자인 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SNS 캠페인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진짜 스마트폰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A폰의 시장 독점을 깨보자는 의도였다. 바스는 동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분쟁광물이 없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스마트 폰을 만들면 살 의향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SNS에 던졌고 한 달만에 1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 의향이 있다는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다. 

 



<Fairphone 1,2,3,4,5>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바스는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시작했다. 오픈 소스와 디자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여러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참여한 가운데 Fairphone 1 디자인과 스펙을 2013년 5월에 공개했고, 클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최초 판매 목표는 최소 생산비를 확보하기 위한 5천대였으나.. 그 기대를 훌쩍 넘어 25,000대가 선주문으로 들어왔고 2013년 12월 드디어 Fairphone 1이 세상에 나왔다. 현재 Fairphone 5 모델까지 나왔고 총 40만대가 유럽시장에서 팔렸다. 

 

Fairphone이 애플, 삼성, 화웨이폰과 다른 점은 다음의 다섯가지이다.

 

첫째,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는 "금"에 대한 공정무역 인증을 완료했다. 스마트폰 기판에 들어가는 다른 금속도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 과정에 있다.

 

둘째, 공급망 협력업체가 공정무역 인증을 받도록 지원하고 협력한다. 2010년 A폰을 만드는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인권과 노동권을 무시한 가혹한 노동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 1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6년과 코로나 기간에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 발생했다. Fairphone은 생산협력업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생산역량 뿐만 아니라 노동환경, 임금조건(생활임금) 등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Fairphone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생산협력업체는 공정무역 인증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조건을 갖추거나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셋째, 재활용 소재를 가능한 많이 사용한다. 2023년 8월에 출시된 페이폰 5의 케이스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내부 플라스틱 소재 부속품 또한 재활용 소재를 대부분 사용했고 재활용 금속 부속품의 사용을 늘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스마트폰 회수와 재활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재활용 금속과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스마트폰은 재활용 소재로 가공되어 Fairphone의 부품으로 다시 사용된다. 

 

넷째, 수리가 쉽다. Fairphone은 설계도(회로도)와 수리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설립자 바스의 오픈 소스, 오픈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와 카메라 묘듈은 고객 스스로 교체 가능하다. Fairphone 5의 AS 기간은 10년에 이른다. 이런 AS 기간을 제시한 스마트폰은 페이폰이 최초이다. 2~3년 쓰면 성능이 떨어져 신 모델을 사야만 하는 다른 회사들의 제품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사용자의 의견을 제품 개발과 업그레이드 적극 반영한다.  페어폰이 SNS 운동에서 기업으로 만들어진 계기와 동력이 된 것이 오픈 소스, 오픈 디자인 운동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디자이너, 대학생들이었고 이들이 지금까지 페어폰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고객, 사용자, 그리고 공동 개발자로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페어폰은 거대 IT 기업들 사이에서 생존을 넘어 경쟁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Raise awareness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 첫번째 전략이예요"  모니끄는 페어폰의 비즈니스 전략이자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예노동에 상태에 있다는 것, 스마트폰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라요. 솔직히 저도 잘 몰랐으니까요. 인권이나 노동권에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알죠. 무슨 문제든 잘 모르면 해결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얼마나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나오게 되는 것이죠"

 



 

Set an example 

 

"문제를 해결한 실제 사례를 만들어야 해요" 모니끄는 설명을 이어갔다.

 

"세상의 수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문제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해결방법도 말로만 하고 실제로는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죠. 스마트 폰도 그랬어요. A사의 폰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언론이나 SNS에서 말로만 떠들었죠. 그리고 해결 방법도 언론이나 SNS에서 말로만 제시했어요. 분쟁광물을 쓰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제대로 쉬게 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된 인건비를 받게 해야 한다. 이런 원칙적인 해결방법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원칙들을 실제 사례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페어폰이 페어폰 1을 만들어 낸 거죠.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A사와 같이 거대 회사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쟁광물을 쓰지 않고서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근로 시간을 지키면서 생활임금을 받게 하는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스마트 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제 보여주는 것, 그것이 페어폰의 두번째 전략이예요"

 



   

Motivate the industry

           

"그 다음은 확산이죠, 우리만 잘하면 무슨 소용있겠어요. 우리로 인해 스마트폰 산업 전체가 변해야 하는 것이죠. 이미 A사나 한국의 S사가 재활용 플라스틱을 스마트폰 악세사리 일부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A사는 우리와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협력사에 대한 관리를 매우 강하게 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들 중에 페어폰의 역할은 계속 파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방식보다 더 상식적이고 더 나은 방식이 있다.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지 않고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성공해야 산업계 전체가 변화한다고 생각해요."

 



 

미래 세대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

 

"페어폰은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려요. 독일의 MZ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공정", "정의", "지속가능성" 등이라고 해요. 페어폰의 미래는 공정과 정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미래세대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서 페어폰에 들어가는 광물을 캐는 젊은이, 중국 공장에서 페이폰을 조립하는 젊은이, 독일과 유럽에서 페어폰을 구입한 후 스스로 고치고 업그레이드하며 우리에게 이런 저런 의견을 많이 주는 젊은이.. 이런 젊은이들이 모두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에 대해 동일하게 생각하고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페어폰의 미션이죠"

 



 

페어폰 첫 사용자를 꿈꾸며...

 

짧은 만남을 끝내고 모니끄는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퇴근하는 모니끄를 향해 한국에서 페이폰을 판매하게 되면 첫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폰은 얼마전 이어폰과 헤드폰도 출시했다. 물론 재생 플라스틱 100%로 만들 제품들이다. 유럽투어내내 이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애썼지만 판매하는 곳이 없거나 Sold Out 상태였다.

 

페어폰을 방문하고 우리 일행은 마리화나(네덜란드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연기가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 차이나 타운에서 저녁을 먹었다. 페어폰 방문 리뷰를 하면서 우리의 의견은 모아졌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혼자 할 수 없다.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문제를 일깨우고, 해결 사례를 만들고, 산업 전체에 확산하는 일.... 페어폰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이 일을 해내고 있듯이 우리의 사회혁신 비즈니스도 이런 방향을 향해야 한다는 해답을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2022 페어폰 임팩트 보고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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