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후기(1)_ BASF, 산업을 선도한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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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유럽투어후기(1)

BASF, 산업을 선도한다는 것의 의미

 

We create chemistry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40분쯤 내려오면 만하임(Mannheim)이라는 도시가 있다. 만하임에는 독일에 하버드라고 불리는 만하임대학교가 있고,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라인강을 따라 트랩을 타고 북쪽으로 몇 정거장 올라가면 화학산업의 글로벌 리더 기업 BASF가 자리잡고 있다.

 

BASF의 리셉션 빌딩 앞에는 "We create chemistry / 우리는 화학을 창조한다"라는 BASF의 비전이 그려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화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BASF는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견학프로그램은 BASF 전시관에서 30분 가량 BASF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1시간 정도 BASF 공장 곳곳을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팀의 가이드는 프랑크(Frank Eckert) 할아버지였다. 리바이스 진과 아디다스 운동화를 멋지게 차려입은 프랑크 할아버지는 BASF의 생산연구직으로 25년 넘게 일한 후 은퇴했고, 좀 쉬다가 가이드 교육을 받고 다시 BASF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혁명의 또 다른 주역 화학혁명

 

프랑크 할아버지는 우리 팀에게 화학산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BASF의 첫 사업은 인공염료를 만드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독일 또한 예전에는 천연 염료가 비싸고 염색에 많은 수고가 필요해 색깔 옷은 왕이나 귀족,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진한 빨간색을 내는 천연 염료는 황금과 값이 같아서 왕족들만 입을 수 있는 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8세기 1차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광물 채굴이 활발해지고 이를 재료 삼아 화학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인공염료가 빠르게 개발되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화학 염색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고 인류는 다양한 색깔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865년에 설립된 BASF는 청바지를 염색하는 "인디고"를 비롯한 다양한 인공염료와 "샤프란" 등의 인공향료를 개발하여 기업을 크게 성장시켰다고 프랑크 할아버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BASF의 인디고 염료와 샤프란 향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베스트셀러이다. 

 



      

스티로폼, 지금의 BASF를 만든 주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후 복구 사업이 한창이던 1951년, BASF는 단열재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발포 폴리스타이렌(Expanded PolyStyrene) 을 주 원료로 " Styropor 슈튀로포어" 라는 제품을 개발하여 시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로폼'이다. 공기가 98%를 차지하고 2%가 합성수지로 이루어진 스티로폼은 무게가 가볍고 가공 방법이 손쉬워 지금도 건축과 여러 산업의 단열과 완충재로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프랑크 할아버지는 스티로폼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연료를 떼고도 더 춥게 지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BASF의 3대 지속가능경영 전략

 

프랑크 할아버지는 값싼 인공염료, 인공향료, 스티로폼 등이 인류의 생활편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그 반대로 환경오염에 큰 원인이 되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비싼 값을 치룬 제품들은 사람들이 관리도 잘하고 오래쓰고 고쳐쓰기도 하지만 산업화로 인해 값싸게 만들 수 있게된 의류, 플라스틱 등은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고 함부로 사용하고 고치지도 않고 손 쉽게 버린다는 점을 프랑크 할아버지는 순환경제 모델을 설명하면서 지적했다.

 

BASF의 지속가능경영 3대 전략은 1.효율화, 2.신재생에너지 사용확대, 3.순환경제모델 달성 등이다. 이 세가지 전략은 BASF 뿐만 아니라 이번 투어에 방문했던 거의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전략이었다. 즉, 유럽에 앞선 기업이라고 해서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신박한 전략이나 특이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인 전략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1. 효율화 : Verbund (베어분트) 시스템

 

BASF 전시관 투어를 마치고 벤츠 하이브리드 버스에 올라탔다. 프랑크 할아버지는 여기서부터는 사진을 찍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3배 크기인 BASF 메인공장에 들어서자 마자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수 많은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프랑크 할아버지는 커다란 굴뚝이 보이는 건물을 손으로 가르키며 "저 건물이 이 공단내에 3개 발전소 중에 가장 큰 곳인데, 다른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BASF의 '베어분트 시스템'은 효율화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모두 아는 공정&에너지&자원 효율화의 대명사 같은 시스템이다. 모든 공장을 파이프 라인으로 연결하고 제품 생산 공정에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여 전기, 스팀, 물, 폐기물 등이 낭비되지 않게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1960년대 일본 기업들이 벤치마킹했고 1970년대 우리나라 울산과 여수의 화학단지를 건설할 때 모델이 되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BASF 공장도 마찬가지다. 

 

2. 신재생 에너지 사용확대

 

공장을 돌던 버스가 멈추었다. 프랑크 할아버지는 보여줄게 있다면서 내리라고 했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는 건설현장이었다. 

 

" 눈 앞에 보이는 새로 건축될 공장은 탄소를 포집해서 에너지와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탄소포집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BASF 공장에서도 매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00%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몇년 후 이 공장이 완성되면 이 공단내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료가 되고 새로운 제품의 원료가 될 것입니다. "

 

현재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때문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해지자 독일 정부는 '에너지 자립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1986년 체로노빌 원전폭발 사고의 방사능 낙진 피해를 입은 독일 국민들의 트라우마도 헤아려 더 이상의 원자력 발전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제 독일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 뿐이다. 

 

BASF는 탄소포집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개발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태양광, 지열 등 다양한 분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연구력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와 코팅제 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바닷물과 거친 비바람을 마주해야 하는 해상 풍력 발전기 프로펠러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신소재, 코팅제 개발 또한 진행 중이다.    

 



<사진 출처 : BASF 홈페이지> 

 

3. 순환 경제 : 오래사용하면 된다.

 

프랑크 할아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플라스틱을 1회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러번 오래 사용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BASF는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으로써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당케 쉐~! 프랑크 할아버지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러쉬의 런던 플래그쉽 스토어를 방문했을 때에도, 그리고 이번에 BASF를 방문했을 때에도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직원들이 있는 기업은 정말 좋겠다" 라는 점이다.

 

컨설턴트와 교육강사로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방문해보면 지속가능경영, ESG 담당자들조차 지속가능경영이나 ESG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일을 맡아서 하는 담당자들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일반 직원들은 어떨까?

 

파타고니아의 리셉션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던 치퍼 브로 아저씨, 런던 러쉬 매장의 판매 사원 모니카, 그리고 회사 투어 가이드인 프랑크 할아버지는 지속가능경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자기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지속가능경영에 어떤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운영 및 상품과 서비스, 가치사슬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자기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우리 회사의 지속가능경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비전과 현황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외부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그 회사는 비로서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회사는 지속가능경영의 입구에도 들어가지 못한 회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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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플라스틱 협약

 

친절한 프랑크 할아버지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BASF의 플라스틱 순환모델을 담당하는 소재 및 산업전략 담당자와 만났다. 

 

BASF는 현재 진행 중인 "UN의 플라스틱 협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올해 9월4일에 초안이 발표된 "UN 플라스틱 오염규제 협약(속칭, Zero Draft)"은 2024년 제정을 목표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걸친 오염을 예방하고 방지하겠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석유나 석탄 등을 원재료로 하는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여 "O"으로 만들고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100%로 늘리자는 것이다. 즉,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과 재활용 관리 확대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협약은 5차례의 협의과정을 거칠 예정이며 마지막 다섯번째 회의가 2024년 하반기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당연히, BASF를 비롯한 플라스틱 산업계에 닥칠 영향은 매우 크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말이 쉽지... 순환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제도와 공공인프라를 먼저 깔아줘야 하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완전한 순환을 위해서 지금까지 누리던 편의를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 기업들도 값싼 석유/석탄 원료에서 뽑아내던 플라스틱을 값비싼 재활용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들어야 하는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합성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다시 순수한 플라스틱으로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데에는 혁신적인 기술과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다.

 

BASF의 전략 담당자는 이러한 현재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석탄과 석유에서 플라스틱을 뽑아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은 분명합니다. EU는 이미 석유, 석탄 채굴에 대한 제도적 금융적 지원을 급격히 줄이겠다고 EU 택소노미에 명시했기 때문에 원재료의 값이 매우 빠르게 상승할 것이 확실합니다. 한편, 독일은 폐플라스틱 분리 회수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빠르게 구축하고 있지만,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질 좋은 폐 플라스틱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석탄, 석유에서 바로 뽑아낸 플라스틱 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재료로 한 플라스틱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BASF 연구진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BASF는 플라스틱 산업을 비롯한 화학 산업의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써 UN 플라스틱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산업이 점진적으로 이 협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BASF나 플라스틱 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해서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기구, 연기금 등 투자기관,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플라스틱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고 있습니다. "

 



            

룰 메이커, 산업계 리더 기업의 역할..

 

미팅을 마치고 정문을 향해 걸어나오는 동안 플라스틱 협약 대응방안을 설명해 주었던 Tatjana에게 독일, 그리고 BASF가 UN 플라스틱협약을 비롯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앞선 노력을 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Tatjana는 이렇게 답했다. 

 

"알다시피 독일은 EU의 리더, 나가서 세계 경제와 산업의 리더 역할을 하려는 야망이 있어요. 그렇게 되려면 지속가능성 이슈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정치가를 비롯해 기업가, 심지어 시민과 학생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독일의 정치가, 시민들이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심이 많은 이유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교육이겠죠.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배우고 그것이 생활습관, 특히 소비습관에서 많이 훈련되기 때문에 환경 문제나 소비 문제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문제도 결국 소비자가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소비와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 폐기물이 넘쳐나는 일은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BASF는 지속가능성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냐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이미 오래전부터 BASF의 핵심전략이었어요. 거의 20년 가까이 되었다고 봐야죠. 화학과 플라스틱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헤치는 산업이라고 여기는 것을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가 BASF의 생존의 열쇠라고 CEO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임직원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 실제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산업계의 리더 역할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

 

공장 정문 안쪽 입구에 쓰여진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 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 / 우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화학을 창조한다"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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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속가능경영 비전체계에 한결 같이 "ESG 경영을 선도하는 OOOO" 이라고 쓰여있다.

 

ESG의 무엇을 선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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