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성공? 대한민국정부에게 달렸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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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성공, 대한민국정부에게 달렸다. 

 

미국 눈치만 보는 ESG....

 

지난 9월8일 서울경제는 「단독」  보도를 강조하며 "ESG 공시 의무화, 1년 유예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내용을 보면  금융위원회에서 2025년으로 예정된 자산 2조원이상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글로벌 ESG 정책을 이끄는 미국의 최종안이 일러야 올해 4분기에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 클릭)


퇴근 길 전철에서 이 기사를 보며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글로벌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것에 적합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의도는 얼핏 생각하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스스로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구나 기사원문에  '글로벌 ESG 정책을 이끄는 미국..' 이라는 표현을 보며 헛웃음이 한번 더 나왔다. 기자가 쓴 것인지, 아니면 금융위원회의 의견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글로벌 ESG 정책을 '이끄는' 곳은 미국이 아니다. 이것은 ESG 영역을 조금이라도 관심 깊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현재 글로벌 ESG 정책을 이끄는 곳은 EU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때 파리기후협약을 뒤집고 석유와 가스 산업을 다시 활성화 시키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ESG에 역행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파리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고 오바마 정부때 세운 온실가스 감축 장기플랜을 다시 가동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투자기관, 금융기업들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SEC(증권위원회)가 Scope3 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의무화 대상 기업 범위 확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의회에서 석유와 가스 그리고 제조공장이 많은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는 대한민국정부의 ESG...

 

반면, EU는 파리기후협약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정책인 「EU 그린 딜」을 2019년에 발표한 이후 불만 많은 회원국들을 다독여가며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EU 그린 딜」의 목적과 방향은 분명하다. "탈 탄소 경제,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EU 발전"이다. 이에 따라 EU는 2021년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를 제시했고, CSRD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ESRS 초안을 지난 6월에 확정했다. EU 회원국의 기업들은 2025년(2024년 회계년 자료)부터 ESRS 지침에 따라 지속가능경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글로벌 ESG 정책을 이끌고 있는 EU의 방향성을 따른다면 ESG 정보공개 의무화에 미적거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EU는 안중에도 없는 미국 유학파 교수님들이 우리 정부의 ESG 정책 자문을 맡고 있으니 이런 얘기는 하나 마나이다.)  

 

어쨌거나, 정말 안타까운 일은 2020년 11월 국민연금의 ESG 투자확대 발표 이후 불붙기 시작한 우리나라 ESG 열풍은 그 방향성에 있어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가 ESG 정책에서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했듯이 이번 정부도 역시 그렇다. 우물에서 더 깊은 우물을 파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2년여간의 시간동안 우리 정부는 ESG에 대해 "탈 탄소 경제, 순환 경제로의 전환,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ESG의 본질적 목적과 방향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부가 ESG에 대해 언급한 주요 키워드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강화, ESG 무역 장벽, 환경경영 기업 부담 증가, 중소기업 ESG 경영 부담" 등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는 ESG를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실행을 위한 방법론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역장벽과 규제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생존의 문제, 사회불평등 확대로 인한 사회 갈등의 확산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인다. 오로지 "장사와 돈"관점에서만 ESG를 이해하고 목적과 방향성 없이 미국의 눈치만 보는 이번 정부에게 제대로 된 ESG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TCFD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지 못하는 기업들...

 

미국 SEC가 온실가스 정보 공개 의무화 범위를 확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나라 정부도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그럴 수 도 있다. 굳이 나서서 책임지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번 정부의 태도로 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정은 다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의무화하지 않아도 애플과 같이 우리나라 기업들과 거래 관계가 크고 많은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Net - Zero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업체들에게 ESG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EU의 기업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공개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 TCFD는 ESG 정보공개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를 위한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인 GRI, ESRS, ISSB 등이 모두 TCFD 프레임을 내재화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TCFD를 빼고 ESG 정보공개 가이드 라인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TCFD 보고에서 필수적인 것인 바로 " 2℃ 이하 시나리오" 이다. 산업혁명 이전 온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막아보자는 것이 파리기후 협약의 최종 목표이고, TCFD는 2℃ 이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황을 가정하에 각 기업의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TCFD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년도인 2050년까지의 시나리오 제시를 권고하고 있다. 

 

2℃ 이하 시나리오 작성의 출발점은 법과 규제,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즉, 국제기구 및 각 국가가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또는 제시할) 법과 규제를 기업이 준수했을 때 기업 경영에 어떤 변화가 오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작성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각국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화석 에너지 가격의 상승, 신재생에너지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여 기업의 미래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2℃ 이하 시나리오 작성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2℃ 이하 목표 달성 계획이 시나라오 작성에 충분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파리기후협약과 TCFD는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실행 계획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의 계획은 2030년에 머무르고 있다.

 

Net-Zero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확대가 필수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들에게 RE-100을 요구하고 Net-Zero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요구해도 이렇다할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우리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다 못해 뒷걸음질을 하고 있고, 2030년 이후의 Net-Zero 정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연기한다고 했지만, 정말 기업들의 ESG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ESG 무역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삼겠다는 현 정부의 생각과 정책은 우물안 개구리 수준도 안되는 발상이다.

 



                  

하루살이에게 내년을 얘기하는 것의 소용

 

아무리 5년 단기 정부라고 해도 그 이후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미국이 트럼프때 망쳐놓은 것 때문에 ESG에서 글로벌 리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정부가 알리 없겠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제라도 ESG를 규제와 장벽으로 이해하는 좁은 시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하루살이에게 내년의 일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법정스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하루살이에게도 자식이 있고 또 그 자식의 자식은 내년에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하루를 살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모든 인연 중에 가장 큰 인연인데 그 인연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1987년에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UN의 지속가능발전의 정의는 이렇다.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 

 

이번 정부가 ESG가 아닌 지속가능발전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우리 기업의 ESG가 성공하려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주체는 바로 우리나라 정부이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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