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거버넌스는 독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H그룹 사보에 기고한 글을 공유합니다.
2020년 11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투자의 50%에 ESG 평가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ESG는 우리나라 경영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국민연금의 발표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과 2006년에 <UN 글로벌컴팩트(UNGC)>와 <UN 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발표한 『UN 책임투자 원칙(UN PRI)[1]』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UN PRI의 회원기관이 되었으며 UN PRI의 회원기관은 2020년까지 구체적인 ESG 투자실행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기금 기관, 글로벌 주요 투자사, 은행 등 5,300여개[2] 주요 투자 및 금융 기관과 기업이 UN PRI의 회원이다.
UN PRI 설립을 주도했던 제7대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은 UN이 책임투자 원칙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세기의 기업들은 주주의 이윤만을 위해 기업경영을 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오직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람과 사회, 환경을 해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21세기를 맞은 우리에게 환경오염은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자원은 고갈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업은 인권과 생명, 지역사회를 해치는 주된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중략) 『UN 책임투자 원칙』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입니다. 환경과 사람, 사회를 해치는 기업에게는 투자하지 말고 환경과 사람, 사회를 살리는 기업에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입니다.”[3]
UN PRI 위원회는 환경과 사람, 사회를 해치는 기업과 살리는 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체계로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 세 영역을 구분하였고 이 체계를 블랙록, 모건스탠리, S&P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 평가사, 연기금 운영 기업들이 전세계로 확산하였다. 여기에 더해 EU가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2019년에 『EU 그린딜』을 발표하였고 EU 그린딜에 포함된 『EU 택소노미』, 『EU 기업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지침』, 『EU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지속가능경영체계 모습을 갖추었다.
참고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ESG란 말은 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일반 기업에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또는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4]이라는 용어를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2008년에 열린 UN PRI 총회에서 E.S.G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버넌스[5]를 강조하며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하모니에 비유했다.
“거버넌스는 오케스트라나 합창의 하모니와 같습니다. 거버넌스는 혼자 연주하는 독주(獨奏)가 아닙니다. 기업은 뛰어난 창업자나 CEO 혼자의 힘으로 절대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특히, 환경과 사람, 사회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사회, 경영진, 임직원, 협력회사, 투자사, 고객 등과 같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가능해집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 사회, 환경을 희생하던 방식에서 사람, 사회, 환경도 함께 살리는 방식으로 경영을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효율성, 효과성, 비용대비 수익, 속도와 편의를 추구하던 경영진, 임직원, 투자사, 협력사, 고객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 중에서 어떤 한 이해관계자라도 이익을 위해 사람, 사회, 환경의 가치를 무시하자고 주장하면 지속가능경영은 브레이크가 걸리고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 합창의 단원 중에 한 사람이라도 다른 소리를 낸다면 그 공연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는 이치와 같다.
EU의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은 EU그린 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의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EU 그린 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유럽, 더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의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기관, 소비자들 그리고 EU의 공급망이 위치한 제3국 국가 정부와 그 국가들의 기업들의 반발도 클 것입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에 둔 ‘정의로운 전환’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암울해 질것입니다. (중략) 여러가지 문제와 난관이 있겠지만 기업의 이사회, 최고경영자, 실무진 모두가 사람,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6]
우리나라에서 ESG가 화두가 된 것은 겨우 3~4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다.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10년, 20년을 앞서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과제에 맞서고 있다. 잘 알려진 말이지만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지속가능경영, ESG는 결코 빨리 가는 길,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멀리 가는 길이고 함께 가는 길이고 끝이 없는 길이다.
[1] UN PRI : UN 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
[3] Interventions: A Life in War and Peace, Kofi Atta Annan.
[4] 지속가능경영 : EU는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동시에 환경(E)과 사회(S)의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이라고 정의한다.
[5] 우리나라에서는 거버넌스를 ‘지배구조’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매우 협소한 해석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거버넌스를 이루는 일부 체계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 거버넌스 학회(https://www.societycorpgov.org)는 ‘거버넌스는 조직과 집단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는 체계와 프로세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6] https://commission.europa.eu/strategy-and-policy/priorities-2019-2024/european-green-deal_en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SG, 거버넌스는 독주가 아닌 오케스트라~
※H그룹 사보에 기고한 글을 공유합니다.
2020년 11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투자의 50%에 ESG 평가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ESG는 우리나라 경영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국민연금의 발표는 거슬러 올라가면 2003년과 2006년에 <UN 글로벌컴팩트(UNGC)>와 <UN 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발표한 『UN 책임투자 원칙(UN PRI)[1]』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UN PRI의 회원기관이 되었으며 UN PRI의 회원기관은 2020년까지 구체적인 ESG 투자실행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기금 기관, 글로벌 주요 투자사, 은행 등 5,300여개[2] 주요 투자 및 금융 기관과 기업이 UN PRI의 회원이다.
UN PRI 설립을 주도했던 제7대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은 UN이 책임투자 원칙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세기의 기업들은 주주의 이윤만을 위해 기업경영을 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오직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람과 사회, 환경을 해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21세기를 맞은 우리에게 환경오염은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자원은 고갈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업은 인권과 생명, 지역사회를 해치는 주된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중략) 『UN 책임투자 원칙』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입니다. 환경과 사람, 사회를 해치는 기업에게는 투자하지 말고 환경과 사람, 사회를 살리는 기업에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입니다.”[3]
UN PRI 위원회는 환경과 사람, 사회를 해치는 기업과 살리는 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체계로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 세 영역을 구분하였고 이 체계를 블랙록, 모건스탠리, S&P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 평가사, 연기금 운영 기업들이 전세계로 확산하였다. 여기에 더해 EU가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2019년에 『EU 그린딜』을 발표하였고 EU 그린딜에 포함된 『EU 택소노미』, 『EU 기업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지침』, 『EU 공급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지속가능경영체계 모습을 갖추었다.
참고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ESG란 말은 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사용하는 단어이고 일반 기업에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또는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4]이라는 용어를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2008년에 열린 UN PRI 총회에서 E.S.G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버넌스[5]를 강조하며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하모니에 비유했다.
“거버넌스는 오케스트라나 합창의 하모니와 같습니다. 거버넌스는 혼자 연주하는 독주(獨奏)가 아닙니다. 기업은 뛰어난 창업자나 CEO 혼자의 힘으로 절대 이끌어 갈 수 없습니다. 특히, 환경과 사람, 사회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사회, 경영진, 임직원, 협력회사, 투자사, 고객 등과 같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가능해집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 사회, 환경을 희생하던 방식에서 사람, 사회, 환경도 함께 살리는 방식으로 경영을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효율성, 효과성, 비용대비 수익, 속도와 편의를 추구하던 경영진, 임직원, 투자사, 협력사, 고객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이 중에서 어떤 한 이해관계자라도 이익을 위해 사람, 사회, 환경의 가치를 무시하자고 주장하면 지속가능경영은 브레이크가 걸리고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 합창의 단원 중에 한 사람이라도 다른 소리를 낸다면 그 공연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는 이치와 같다.
EU의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Gertrud von der Leyen)은 EU그린 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의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EU 그린 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유럽, 더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장애물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의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기관, 소비자들 그리고 EU의 공급망이 위치한 제3국 국가 정부와 그 국가들의 기업들의 반발도 클 것입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에 둔 ‘정의로운 전환’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암울해 질것입니다. (중략) 여러가지 문제와 난관이 있겠지만 기업의 이사회, 최고경영자, 실무진 모두가 사람,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6]
우리나라에서 ESG가 화두가 된 것은 겨우 3~4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다.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10년, 20년을 앞서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과 과제에 맞서고 있다. 잘 알려진 말이지만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지속가능경영, ESG는 결코 빨리 가는 길,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멀리 가는 길이고 함께 가는 길이고 끝이 없는 길이다.
[1] UN PRI : UN 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
[2] 2024년 상반기 기준
[3] Interventions: A Life in War and Peace, Kofi Atta Annan.
[4] 지속가능경영 : EU는 지속가능경영을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동시에 환경(E)과 사회(S)의 지속가능성도 향상시키는 의사결정(G)을 하는 경영’이라고 정의한다.
[5] 우리나라에서는 거버넌스를 ‘지배구조’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매우 협소한 해석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거버넌스를 이루는 일부 체계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 거버넌스 학회(https://www.societycorpgov.org)는 ‘거버넌스는 조직과 집단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는 체계와 프로세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6] https://commission.europa.eu/strategy-and-policy/priorities-2019-2024/european-green-deal_en
Balanced CSR & ESG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