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중대성 이슈 선정, 설문만으로 가능할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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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중대성 이슈 선정, 설문만으로 가능할까?

 

설문이 시작되었다.

 

2024년 1월 2일 새해 첫날, 출근해서 처음으로 업무 메일을 열어보니, "2023년 OOOO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위한 이해관계자 설문조사 요청" 메일이 도착해있다. 정말, 부지런한 실무자다!! 칭찬의 박수를!!  KCGS의 ESG 평가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KCGS 평가를 받는 기업들의 보고서 일정도 덩달아 당겨졌고, 이렇게 새해 첫날부터 설문 메일을 돌리는 부지런함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메일을 열어봤다. 쭈욱~ 읽어보니, 리워드가 없다. 나는 리워드가 없는 설문에 응하지 않는다. 속물이라 불러도 어쩔 수 없다. 남의 시간을 공짜로 얻으려고 하는 그 의도가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 추첨을 통해 선물을 준다는 메일도 있는데, 이제껏 평생 추첨 운이 없었기 때문에 추첨 방식에도 응하지 않는다. 얼마된다고 그걸 아끼는지 모르겠다. 그 큰 회사들이...,  작년 한 해 동안 100개가 넘는 중대성 이슈 선정 메일을 받아 보면서 1,000원 짜리 편의점 쿠폰, 비타 500 교환권 한 장이라도 줘야 설문을 해준다는 나름의 기준을 정했다. 돈 가는데 마음 가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다.   

 

우리나라만큼 기업이 지속가능성 중대성 이슈를 결정하기 위해 설문을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없다. 유럽과 미국, 일본과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읽어봐도 중대성 이슈를 결정하기 위해 설문(survey)을 이용했다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컨설팅 회사들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들이 대량(최근 어떤 컨설팅 회사에서 탈출에 성공한 후배의 얘기로는 작년에 그 회사 컨설턴트 한 명당 평균 8~9개의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미쳤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암튼...)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찍어내듯이 만들다 보니 지속가능성 이슈를 선정하는 과정을 기계적으로 단순화하기 위해 양적 설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질적 분석 방식을 쓰면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필요하고 컨설턴트 한 명이 다수의 보고서 제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자고로 컨설팅 '회사' 라 함은 이렇게 돈을 중심에 두고 '장사'를 해야하는데... 나는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 

 



 

설문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

 

그렇지 않다. 설문은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중대성 이슈를 결정하는데 "설문만 이용하는 것이 문제" 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훌륭한 설문지를 만들어도 설문 결과를 중심에 두고 지속가능성 중대성 이슈를 결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일단, 중대성 이슈란 것이 무엇이냐?

 

중대성(materiality) 이슈는 원래 책이나 보고서의 주요 내용, 목차를 의미하는 말이다. 즉, 독자에게 이 책과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이런 것들입니다를 알리는 것이다. 우리가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목차를 살펴보는 이유도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내가 읽을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중대성 이슈라는 말이 기업의 보고서로 들어온 것은 대략 1980년대 부터이다. 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 컨설팅이 호황을 이루면서 수 많은 기업들이 경영 전략 컨설팅을 받았고, 전략 컨설팅 보고서의 주요 목차를 제시할 때 중대성 이슈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어지간한 기업 보고서에서 중대성 이슈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했고 용어 자체가 컨설팅과 기업 보고서 전체에 확산되었다. (McKenna, C. 2012. Management consulting.. 참고)        

 

그러다가, 1989년 엑손발데즈호의 알래스카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이 사건으로 인해 세레즈(Ceres)라는 단체가 결성되었다. 세레즈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파악하고 공개해야 된다는 Ceres 7대 원칙을 발표했다.

 

Ceres가 하는 일을 UNEP(UN 환경계획)가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것을 글로벌 전체에 확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세레즈와 UNEP가 손을 잡고 1997년에 만든 단체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이다. GRI는 2000년 GRI G1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GRI 2021 버전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제작 프레임이다. GRI 작성시 참여했던 컨설팅사가 미국의 Tellus Institute 였고 여기의 컨설턴트들이 "중대성 이슈 선정"을 GRI의 중요한 절차로 제시한 것이다.   

 

GRI는 태생이 엑손발데즈호 사고에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자기 책임성"이 핵심 가치이다. 즉, '기업이 스스로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공개하며 이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라는 정보 공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GRI에서 의미하는 중대성 이슈는 "기업이 경제, 환경, 사회/사람에게 미친 실제적, 잠재적 영향(특히, 부정적 영향) 중 가장 중요한 영향" 이다.

 

한편, EU가 2023년에 확정하고 2024년 회계년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에서 중대성 이슈는 영향 중대성과  재무 중대성 두 가지로 구분 된다.

 

첫번째, 영향 중대성은 GRI의 중대성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부정적 영향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GRI 보다는 긍정적, 부정적 이슈 모두를 균형 있게 보고 있다. 두번째 재무 중대성은 외부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의 재무성과와 상태에 미치는 위기와 기회 들 중 중요한 영향을 의미한다. 이렇게 기업이 외부 경제, 환경, 사회/사람에 미친 중대한 영향과 외부의 이슈가 기업의 재무성과/상태에 미친 영향 두 가지 모두를 파악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라고 한다.

 

EU가 이중 중대성 분석을 통해 중대성 이슈를 선정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ESRS 자체가 EU의 지속가능발전 전략/목표 및 그린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지침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EU의 지속가능발전 전략과 목표를 얼마나 책임성 있게 수행하고 있느냐를 공개하는 정보임과 동시에 EU 그린딜에 기반한 투자 지침인 EU 택소노미를 실행하기 위한 기업 평가 지표로도 ESRS를 이용하기 위해서 이다. (짧게 설명하려니 어렵다. 더 쉽게 이해하고 싶으면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가 연구/집필한 "ESG 정보공개 핸드북"을 참고하면 된다.)

 



ESG Handbook 정보공개.pdf
4.42MB


 

 

반면, IFRS(국제회계기준)의 ISSB(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가 역시 2023년에 확정 발표한 IFRS S1은 중대성 이슈라는 용어보다는 "중요한 정보(material information)"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IFRS S1은 GRI나 ESRS의 목적과는 다르게 기업의 책임 경영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주체(투자기관, 은행 등)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위기와 기회를 평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따라서 IFRS S1은 기업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외부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기업 내부의 재무 상태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경영에 기반한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경영철학과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내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관점만 반영된 IFRS S1보다 책임경영이 강조된 GRI나 ESRS가 더 낮다고 생각한다. 

                     


GRI 3 : Material Topics 2021


중대성 이슈/주제를 선정하는 방식

 

GRI는 2021 스탠다드에서 중대성 이슈(토픽)을 정하는 방식을 위의 그림 처럼 제시하고 있다. 총 4단계이다. 참고로, GRI는 영리기업만을 위한 스탠다드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organization)을 주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업/회사라고 주어를 사용한다. 

 

Step 1 : 조직의 특성 이해하기

 

첫번째 단계는 우리 회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GRI는 비즈니스 관계, 이해관계자 관계, 지속가능성 맥락을 고려하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다. 

 

1) 기업의 목적, 가치 또는 사명,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조직이 수행하는 활동의 유형과 지리적 위치 파악

2) 제품과 서비스의 유형,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리적 위치

3) 기업이 활동하는 부문과 특성의 파악 

4) 기업 임직원의 특성과 규모

5) 기업 임직원이 아니지만 통제되는 인력의 특성과 규모

 

즉, 우리 회사가 어떤 사업(상품, 서비스)을 어디에서 하고 누가 일하고 누구를 통해 일하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대성 이슈를 파악하는 첫번째 단계인 것이다.

 

 

Step 2 :  실제적 및 잠재적 영향 파악 

 

두번째 단계는 회사의 활동과 비즈니스 관계 전반에 걸쳐 경제, 환경, 사회, 사람에게 미치는 실제적(현재 일어나고 있는) 및 잠재적(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영향은 부정적, 긍정적, 단기적, 장기적, 의도하지 않은, 가역적 비가역적 영향이 포함된다. 

 

이러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출처를 활용할 수 있다. 제3자의 인권영향평가, 법률 검토, 준법/윤리경영시스템, 재무감사, 산업보건 및 안전 검사결과, 주주의 요구사항, 산업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 다중 이해관계자 이니셔티브, 회사의 고충처리시스템 등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뉴스, 시민사회단체 요구, 이해관계자들의 우려 (고객의 요구 및 불만), 학계나 내외부 전문가의 자문 등을 통해 영향 파악을 할 수 있다. 특히, 회사는 자신의 의견, 필요와 요구를 회사에게 직접 전달하기 어려운 이해관계자(취약 그룹 등)들을 직접 상담함으로써 이들의 우려를 확인해야 한다.  

 

즉,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이 있고, 가능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는 방식이 좋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계나 내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권장하고 있다. 

 

 

★★  Step 3 : 영향의 중요성 평가 ★★

 

이 글의 메인 테마인 영향의 중요성 평가이다.   

 

세번째 단계는 Step 1, 2에서 확인된 영향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영향을 중요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모든 영향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영향의 중요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이 필요하다.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기업에 따라 다르고 또 기업이 운영하는 부문과 사업관계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관적인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비즈니스 관계 등과 협의하여 영향을 중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관련 내부 또는 외부 전문가와도 협의해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영향은 영향의 심각성과 발생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영향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기업 비즈니스 전반의 관리시스템과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영향의 중요성을 정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영향을 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방법은 이해관계자, 비즈니스 관계, 내외부 전문가 등과 협의하라는 것이다. 바로 이 단계를 단시간내에 편리하게 하기 위해 우리나라 컨설팅사들은 천편일률적인 설문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Step 4 :   보고 시 가장 중요한 영향의 우선 순위 결정

 

기업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영향의 중요성,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영향을 우선 순위로 정한다. 이를 위해 영향이 가장 큰 것부터 순서대로 정렬하고 어떤 영향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선택 지점을 정한다. 즉, 어느 수치 이상이면 중요한 영향이라고 보고하고 그 수치 아래이면 중요한 영향에서 제외한다. 

 

영향은 주제나 특성별로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분리해서 결정한다. 기업은 투명성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이 과정을 문서화하고 초기에 선정한 영향과 최종 선정한 중요한 영향의 목록, 선정한 과정과 방법을 보고서에 공개한다. 

 

여기까지가 GRI 2021에서 제시하고 있는 중요성 이슈(토픽) 선정 방식이다.



 

설문만으로 중대성 이슈의 우선 순위를 선정하기는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무슨 소리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위에 내용을 대충 봐도 설문조사만 가지고 중대성 이슈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설문과 함께 어떤 것들을 더하면 더 나은 방법이 될까? 이것은 다음 주에 설명한다. 한 주에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면 체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Balanced CSR & ESG 유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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