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후기(7)_오스테드도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재무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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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투어후기(7)

오스테드(Orsted)도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재무적 효과

 

아픈 허리가 낫습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중심 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북쪽으로 30분 쯤 외곽으로 나가면 상업용 건물과 물류창고들이 들어선 지역이 있다. 이곳에 글로벌 Top 1 해상풍력발전기업 "오스테드(Orsted / 덴마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혁신가 중 한 명의 이름이기도 하다_우리나라로 치면 정약용)" 본사가 있다.

 

오전에 머스크 방문을 마치고 머스크에서 준비해 준 샌드위치를 가방에 넣고 오스테드로 향했다. 비가 내렸다. 전철역에서 오스테드 빌딩까지는 15분 정도 더 걸어가야 했다. 가는 길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에 들어가서 이케아 런치세트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샌드위치까지 준비해준 머스크의 르네 팀장님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스웨덴의 '이케아(IKEA)'도 방문 희망 기업이었으나, 수차례 연락을 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보면 다 알 수 있다, 우리 매장에 오면 지속가능성이 모두 구현되어 있다' 는 지극히 사무적인 메일 뿐이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에 있는 이케아 매장도 가보고 코펜하겐 매장도 가봤지만....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한국 광명의 이케아 매장이랑 똑같았다.

 

이케아 매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스마트 폰 만보기 어플에 찍힌 숫자를 보았다. 1만 3천보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숙소에서 머스크 본사 빌딩까지 4km를 넘게 걸었고, 머스크 본사에서 전철역까지 1km를 걸었고, 전철역에서 이케아까지 또 1km를 넘게 걸었다. 

 

유럽투어에 특징은 아픈 허리를 낫게 해 준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일하다 보니 약해진 허리 근육 때문에 아팠던 허리가 유럽투어에 와서 하루에 2만보 이상을 걷다 보면 허리 근육이 다시 튼튼해지고 자연스럽게 아팠던 허리가 낫게 된다. 서울에서도 하루에 2만보 이상 걸으면 허리 아픈 것은 사라질 것이다. (대신 무릎과 발목은....)

 



  

방문객도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오스테드 지속가능성팀의 수석 매니저 앤더스(Anders)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앤더스는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에게 슬라이드 한 장을 보여주면서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디로 비상 탈출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오스테드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공장방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일반 업무 빌딩 방문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안전 이슈가 많은 회사다 보니 모든 면에서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2022 오스테드 지속가능성 보고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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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전환 _ 동에너지에서 오스테드로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24분에 발생한  우크라이나(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은 바람을 타고 인근 국가인 독일,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에 날아들었다. 방사능 낙진의 트라우마는 이들 국가 국민들에게 원자력 발전은 꿈도 꾸어서는 안될 것으로 각인되었다.

 

자원 효율성이 가장 높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덴마크는 어쩔 수 없이 가스, 석탄, 석유를 사용해서 발전소를 계속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러시아에 의존해야만 했고, 석탄과 석유 또한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은 계속 높아지고 지구 온난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되자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가스와 석유 발전소를 운영하던 덴마크 국영기업 "DONG(Danish Oil and Natural Gas) Energy"는 2006년 풍력발전사업을 시작했다. 북해와 발트해로 사방이 둘러쌓인 덴마크는 해상풍력의 최적지였다. 2000년대 중반 동에너지가 국영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덴마크 연기금이 최대 주주가 되었다. 덴마크 연기금은 수익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덴마크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에게 우선 투자하기로 했다. UN PRI 회원으로서 책임투자원칙을 성실히 수행한 것이다. 

 

덴마크 연기금이 동에너지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동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또,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기업이 아니라 풍력발전기 제조 회사로 키우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속가능경영은 장기적 관점이 필수...

 

"30년 이상 석유와 가스로 발전을 해오던 회사에서 갑자기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회사로 전환이 된겁니다. 당연히 내부 반발이 있었습니다. 석탄, 석유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이 생겨나니까요. 그래서 회사는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라 장기 전환계획을 세우고 내부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앤더스 매니저는 지속가능경영으로의 전환은 장기적 관점이 매주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2006년 풍력발전기 사업을 시작하던 때에 동에너지는 85%가 화력발전이었고, 태양광/풍력 발전이 15% 정도였습니다. 이것을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85%, 화력발전 15%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40년쯤 되면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분들이 모두 은퇴할 때가 됩니다. 그 기간 동안 회사는 화력발전사업은 서서히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사업은 확대해 나가는 것이죠"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도 중요하지만, 내부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그런면에서 덴마크는 사회적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2000년대 중반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가야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이 세계적으로 중요하게 되면 풍력 발전이 덴마크의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예측들이 동에너지 직원들에게 불안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죠"

 

"2017년 동에너지라는 기업명을 덴마크의 국가적 위인이자 혁신가인 '오스테드'의 이름으로 바꾼 것은 지속가능성을 중심에둔 기업으로 "전환" 한다는 상징적인 이벤트였습니다. 기업의 구성원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전체에게 동에너지는 더이상 올드한 발전회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의 선두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니까요." 

 



 



 

지속가능성의 완성은 공급망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회사가 Scope 1,2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21% 정도입니다. 나머지 80%가 Scope3에서 배출됩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Net Zero를 달성하려면 공급망과 사용단계에서 Net Zero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급망 탄소 감축을 담당하는 미에(Mie)매니저는 Scope3 탄소배출관리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여러차례 포스코를 언급했다.

 

"한국의 포스코는 우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공급사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지역에서 해상 풍력발전사업을 하기 위해선 포스코의 강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스테드의 주력 제품인 부유식 초대형 해상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위해선 포스코의 최신 기술로 만든 강철자재가 필요합니다. 그 얘기는 포스코가 Net Zero를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 말이죠."

 

"물론,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과 한국과 아시아의 에너지 발전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잘알고 있습니다. 강압적으로 밀어 붙인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죠. 그런면에서 포스코는 오스테드와 전략적 협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포스코가 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해상풍력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한국, 포스코, 덴마크, 오스테드... 모두에게 좋은 일이죠."

 



 

그래서, 생물다양성 보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에 매니저 발표에 이어 오스테드 지속가능성 팀장 앤더스(앤더스 매니저와 이름이 같음)와 온라인 미팅이 이어졌다. 앤더스는 재택 근무 중이었다.

 

"초대형 해상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데 있어 생물다양성보존이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그 지역에서 오래동안 어업을 해오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해상풍력발전기가 어장과 수생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풍력발전기 날개에 날아가던 새가 부딪치거나 부유식 해상발전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어업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전기 설치에 반대하거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다른 국가에서도 그렇습니다."

 

앤더스 팀장은 차근 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스테드는 그런 우려와 문제제기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고, 이 이슈를 계속 추적 조사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여러가지를 마련하고 있고 실제 실험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때 부유식 해상발전기가 어장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어장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2022년 오스테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표지가 '따개비'입니다. 따개비는 생물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 생물 중에 하나죠. 오스테드의 해상풍력발전기에는 따개비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따개비로 인해 주변에 수중 생태계가 형성되고 물고기가 몰려드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대형 발전기는 날개 회전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기 때문에 소형 풍력발전기 날개에 새들이 충돌하는 비율에 비교 한다면 현저히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을 막기위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진행되고 있고 설치 후 몇년동안 충돌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발전기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앤더슨 팀장에게 앞으로 오스테드 지속가능성팀의 주요 과업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지속가능성 이슈, 예를 들면 생물다양성 보존이나 지역사회 주민 지원 프로그램 같은 것이 어떻게 재무적 성과와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증명해내는 일이 현재로썬 매우 중요한 과업입니다. 재무팀에서는 가능한 적은 비용을 들여서 사업을 하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조사, 연구, 실험, 보고서 발간, 설명회 개최와 같은 일, 또는 지역 어민들이 풍력발전기 주변에서 어업을 지속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 장치 설치 및 교육을 하는 것은 추가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용이 결코 재무적 부담이 아니라 또 다른 재무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우리 팀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재무팀은 명분이 아니라 숫자로 설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스테드도 고민하는 재무적 효과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 혁신 전략의 중심 키워드로 삼아 성공적인 전환을 이룬 오스테드는 지속가능경영을 떠나 경영전략을 전공한 나에게 있어 정말 가보고 싶은 기업이었다. 그리고, 앤더스 팀장의 고민도 머리 속에 깊게 남았다.

 

아무리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전환에 성공한 회사라고 해도 지속가능성이 재무적 기회와 이득에 어떻게 실제적인 숫자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의사결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또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차가운 냉수 한 사발을 마신 느낌이었다. 뒷골이 쨍하게 얼얼한 느낌을 받으면서 오스테드 방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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