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ESG,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발간되었다.
2025년을 마감하는 12월에 약간은 뜬금없이 '공공기관 ESG 가이드 라인'을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했다. '뜬금없이'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ESG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상장기업의 ESG 의무공시 로드맵' 발표는 미적미적하면서 'K-ESG'의 공공기관용 버전을 '툭'하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 자체에 대해 왈가불가(曰可不可)할 상황은 아니지만, 더 나은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마디 보태고 싶다.
가이드 라인 자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이노소셜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서진석이사님이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다. 링크를 공유한다.
<클릭> 공공기관 ESG(1) : 가이드 라인 무엇이 문제인가?
<클릭> 공공기관 ESG(2) : 가이드 라인이 놓치는 것들
<클릭> 공공기관 ESG(3) : 경영평가와 ESG①
1. '경영평가'를 넘어선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 가이드라인을 작업을 맡은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발간된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경영(ESG)을 제대로 실행하기에는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ESG 영역을 추가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처럼 보인다.
지난 연말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공공기관과 공기업 관리가 정부 정책 방향과 따로 움직이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경영평가’가 지적되었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 인해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이나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점수 획득에 과도하게 매달리면서 자원의 집중과 업무 효율성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지적에는 200% 공감한다. 실제로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보고서 <대필+대행> 컨설팅 업체를 선정할 때 제시하는 RFP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경영평가 대응’이 핵심 조건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기관장과 임원의 유임, 승진, 성과급, 정부 지원금 등을 이유로 경영평가에만 몰두하고 공공의 가치와 역할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그 존재 이유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 점수를 위해 지속가능경영(ESG)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방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발간했는데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고치는 것은 자원 낭비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신차를 출고했는데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면, 다시 입고해 문제를 바로잡은 뒤 운행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선택이자 자원을 아끼는 일일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기획하고 제작한 주체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경영평가와 밀접한 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무리 보아도 공공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경영평가에 ESG를 무리하게 끼워 넣기 위한 문서처럼 읽힌다.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우리사회와 공공부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진정으로 뒷받침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 공공기관 실무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자.
얼마 전 나라장터에 게시된 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작 컨설팅 입찰 공고를 보고 흠칫 놀랐다. 입찰 조건으로 ‘보고서 제작 전문 원고 작성자 1인’을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 다시 말해 사실상 ‘대필’을 전제한 조건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제시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을 차분히 살펴보면, 기관 내부의 ESG 실무 역량을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나 지속가능경영의 가치와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보고서 역시 찾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의 목적과 비전이 지속가능경영과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영리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실행했는지를 설명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기존에 해오던 업무와 경영평가 점수 획득을 위해 수행한 활동들을 모아 조각보처럼 엮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총괄하는 정부를 비롯해 각 공공조직 자체가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경영, ESG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개별 공공기관과 공기업 모두가 이 영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자들의 역량이다. 공공조직의 특성상 조직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조직장에게 지속가능경영(ESG)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단기간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직장에게는 개념과 맥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대신 실제로 이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영리기업에서도 어느 순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사례를 가끔 보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열정과 역량을 갖춘 실무자가 외주에 의존하던 보고서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속가능경영(ESG)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무자 한 명 또는 한 팀의 존재가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장면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형식이 아닌 실천으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3. 중대성 분석을 제대로 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하자.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이 바로 ‘전략’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면, 「가이드라인」은 지금처럼 단순히 ‘ESG 영역별 지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조직의 설립 목적과 지속가능경영(ESG)의 목적을 어떻게 하나로 정합화하고, 그 실행 결과가 공공의 유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부산을 가야 하는데 방향이 파주로 설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도 헛수고일 뿐이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그것이 곧 가장 좋은 전략이다. 지금의 가이드라인이 경영평가를 목적으로 두었다면 과감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 지혜로운 결정이란 말이다.
이번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의 기본 골격은 GRI Standards 2021와 K-ESG이다. GRI Standards 2021은 기업을 포함한 조직의 ‘책임경영’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기 위한 정보공개 기준이지,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K-ESG 또한 평가를 전제한 가이드라인이다. 즉, 이번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경영(ESG)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정보공개와 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이드라인을 의미 있게 활용하려 한다면, 해설서나 보완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실제 실행을 목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말이다. 이 보완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전략적 지속가능경영(ESG)과 중대성 분석이 되어야 한다.
중대성 분석은 전략적 지속가능경영(ESG)을 실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출발점이다. 조직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Impact), 그리고 그 영향이 다시 조직의 운영과 성과에 미치는 위기(Risk)와 기회(Opportunity)의 중요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의 목표, 실행 과제, 성과 지표를 설정하는 과정이 바로 중대성 분석이다.
제대로 된 중대성 분석 없이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정보공개와 평가 지표에만 매달린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SG 도입 초기, 우리나라 영리기업들이 외부의 ESG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플로깅’이나 단발성 봉사활동,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ESG 실행의 전부처럼 여겼던 시행착오를 공공부문에서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원 낭비이자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ESG 실무자들에게...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은 이제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공개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에 집중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실무자가 있다. 제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이드라인이 부족해도, 현장에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실무자가 있을 때 조직은 조금씩 달라진다. 지속가능경영을 ‘평가 대응 업무’가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로 만들 수 있는 힘 역시 실무자에게 있다.
부디, 공공기관 ESG 실무자들이 스스로를 단순한 보고서 작성과 평가 대응자가 아니라, 공공과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가로 인식하길 바란다. 지속가능발전과 지속가능경영의 본질, 그리고 중대성을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공공의 유익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가는 실무자가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공부문의 지속가능경영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
공공기관 ESG,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발간되었다.
2025년을 마감하는 12월에 약간은 뜬금없이 '공공기관 ESG 가이드 라인'을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했다. '뜬금없이' 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ESG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상장기업의 ESG 의무공시 로드맵' 발표는 미적미적하면서 'K-ESG'의 공공기관용 버전을 '툭'하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 자체에 대해 왈가불가(曰可不可)할 상황은 아니지만, 더 나은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마디 보태고 싶다.
가이드 라인 자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이노소셜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서진석이사님이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하고 있다. 링크를 공유한다.
<클릭> 공공기관 ESG(1) : 가이드 라인 무엇이 문제인가?
<클릭> 공공기관 ESG(2) : 가이드 라인이 놓치는 것들
<클릭> 공공기관 ESG(3) : 경영평가와 ESG①
1. '경영평가'를 넘어선 가이드라인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 가이드라인을 작업을 맡은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발간된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경영(ESG)을 제대로 실행하기에는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ESG 영역을 추가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처럼 보인다.
지난 연말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공공기관과 공기업 관리가 정부 정책 방향과 따로 움직이고 있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경영평가’가 지적되었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 인해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이나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점수 획득에 과도하게 매달리면서 자원의 집중과 업무 효율성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지적에는 200% 공감한다. 실제로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보고서 <대필+대행> 컨설팅 업체를 선정할 때 제시하는 RFP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경영평가 대응’이 핵심 조건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기관장과 임원의 유임, 승진, 성과급, 정부 지원금 등을 이유로 경영평가에만 몰두하고 공공의 가치와 역할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그 존재 이유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영평가 점수를 위해 지속가능경영(ESG)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의미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방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발간했는데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고치는 것은 자원 낭비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신차를 출고했는데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면, 다시 입고해 문제를 바로잡은 뒤 운행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 있는 선택이자 자원을 아끼는 일일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기획하고 제작한 주체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경영평가와 밀접한 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무리 보아도 공공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경영평가에 ESG를 무리하게 끼워 넣기 위한 문서처럼 읽힌다.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우리사회와 공공부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진정으로 뒷받침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 공공기관 실무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자.
얼마 전 나라장터에 게시된 한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작 컨설팅 입찰 공고를 보고 흠칫 놀랐다. 입찰 조건으로 ‘보고서 제작 전문 원고 작성자 1인’을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 다시 말해 사실상 ‘대필’을 전제한 조건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제시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을 차분히 살펴보면, 기관 내부의 ESG 실무 역량을 바탕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나 지속가능경영의 가치와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보고서 역시 찾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조직의 목적과 비전이 지속가능경영과 제대로 맞물려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영리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실행했는지를 설명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기존에 해오던 업무와 경영평가 점수 획득을 위해 수행한 활동들을 모아 조각보처럼 엮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총괄하는 정부를 비롯해 각 공공조직 자체가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경영, ESG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개별 공공기관과 공기업 모두가 이 영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무자들의 역량이다. 공공조직의 특성상 조직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조직장에게 지속가능경영(ESG)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역량을 단기간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직장에게는 개념과 맥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대신 실제로 이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영리기업에서도 어느 순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사례를 가끔 보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열정과 역량을 갖춘 실무자가 외주에 의존하던 보고서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속가능경영(ESG)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무자 한 명 또는 한 팀의 존재가 조직 전체를 변화시키는 장면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형식이 아닌 실천으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3. 중대성 분석을 제대로 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하자.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 방법론이 바로 ‘전략’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면, 「가이드라인」은 지금처럼 단순히 ‘ESG 영역별 지표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조직의 설립 목적과 지속가능경영(ESG)의 목적을 어떻게 하나로 정합화하고, 그 실행 결과가 공공의 유익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부산을 가야 하는데 방향이 파주로 설정되어 있다면, 아무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도 헛수고일 뿐이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그것이 곧 가장 좋은 전략이다. 지금의 가이드라인이 경영평가를 목적으로 두었다면 과감히 방향을 바꾸는 것이 지혜로운 결정이란 말이다.
이번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의 기본 골격은 GRI Standards 2021와 K-ESG이다. GRI Standards 2021은 기업을 포함한 조직의 ‘책임경영’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기 위한 정보공개 기준이지,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K-ESG 또한 평가를 전제한 가이드라인이다. 즉, 이번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경영(ESG)을 실제로 실행하기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정보공개와 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이드라인을 의미 있게 활용하려 한다면, 해설서나 보완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보 공개가 아니라, 실제 실행을 목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말이다. 이 보완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전략적 지속가능경영(ESG)과 중대성 분석이 되어야 한다.
중대성 분석은 전략적 지속가능경영(ESG)을 실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출발점이다. 조직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Impact), 그리고 그 영향이 다시 조직의 운영과 성과에 미치는 위기(Risk)와 기회(Opportunity)의 중요도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영의 목표, 실행 과제, 성과 지표를 설정하는 과정이 바로 중대성 분석이다.
제대로 된 중대성 분석 없이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정보공개와 평가 지표에만 매달린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SG 도입 초기, 우리나라 영리기업들이 외부의 ESG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플로깅’이나 단발성 봉사활동,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ESG 실행의 전부처럼 여겼던 시행착오를 공공부문에서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원 낭비이자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ESG 실무자들에게...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은 이제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공개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에 집중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실무자가 있다. 제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가이드라인이 부족해도, 현장에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실무자가 있을 때 조직은 조금씩 달라진다. 지속가능경영을 ‘평가 대응 업무’가 아니라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로 만들 수 있는 힘 역시 실무자에게 있다.
부디, 공공기관 ESG 실무자들이 스스로를 단순한 보고서 작성과 평가 대응자가 아니라, 공공과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가로 인식하길 바란다. 지속가능발전과 지속가능경영의 본질, 그리고 중대성을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공공의 유익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가는 실무자가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공부문의 지속가능경영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Balanced CSR & ESG 유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