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5일 『한국 ESG 기준원(이하 기준원)』이 2024년 ESG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난 후 여기저기서 전화와 연락을 받았다. 평가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년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가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기준원의 평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기준원의 평가 등급과 실제 지속가능경영, ESG를 잘하는 것과 절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나쁜 등급을 받은 기업보다 지속가능경영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정말 잘한다거나 나쁜 등급을 받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아주 못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컨설팅을 하다보면 기업의 속사정을 알 수 있게 된다. 기준원의 평가 등급을 잘 받은 기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고,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아 등급은 낮은데 의외로 현장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렇게 실제와 평가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기준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ESG 평가기관이 매우 제한된 시간과 인력을 가지고 외부에 들어난 자료만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여러차례 설명했지만 기준원의 ESG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석대로 하면 된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외국어를 잘하는 방법,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 멋진 근육과 몸매를 갖는 방법과 같다. 즉,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아는 정석을 한번 더 설명해 본다.
1. 지름길은 없다.
ESG 평가 등급을 몇 개월만에 올려주겠다고 광고하는 컨설팅 업체들이 꽤 있다. 주로 상반기에 반짝 활동하다가 평가 발표가 나는 시점에는 싹 사라져 버린다. 평가에 조급한 기업들에 빨대를 꼽는 '사' 짜에 가까운 업체들이다. 이런 컨설팅 업체들이 접근해오면 멀리해야 한다. '꼼수'와 '워싱'으로 ESG 평가 등급을 올려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
어떤 기업은 ESG 컨설팅 업체에서 얼마를 주면 ESG 등급을 올려주겠다고 해서 돈을 주었더니, 실제 컨설팅은 하지 않고 인터넷 매체와 결탁해서 'ESG 평가 시상식'을 만들고 호텔에 불러 상을 준 후에 인터넷 매체를 통해 ESG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고 한다. 그 기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ESG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몇 개 나오지만 실제 그 기업의 기준원 평가 등급은 B- 정도이다. ESG 실무자가 기업의 홍보팀에 속해 있는 경우 이런 사기에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SG를 그저 홍보 수단으로 아는 무지의 결과이다.
또 어떤 기업은 국제기구의 공식 산하 단체라고 사칭한 곳에서 ESG 평가와 인증을 해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받고 최우수 ESG 평가상을 받았다. 역시 그 기업에 대한 글로벌 평가기관의 ESG 평가 등급도 B-에 불과하다. UN을 비롯한 어느 국제기구도 ESG 평가를 하지 않는다. 관련 인증이나 상을 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국제기구나 권력기구를 사칭하는 것은 아주 오래되고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수법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뻔하다. 실제 노력은 하지 않고 돈으로 쉽게 결과를 얻기 바라기 때문이다. 기준원을 비롯해서 어느 정도 신뢰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ESG 평가를 하는 곳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사기들을 걸러내고 있다. 꼼수와 워싱을 이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2. B등급은 온전히 ESG 실무자의 노력과 부지런함에 달렸다.
기준원의 평가를 비롯해 주요 국내외 ESG 평가는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가 혼합되어 있다. 혼합 비율은 평가마다 다르고 영역과 항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 몇 대 몇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평균)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B등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순전히 ESG 실무자들의 노력과 부지런함에 달려 있다.
기업 내부 사정상 상대 평가에서 다른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없다면, 절대 평가에서 기본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순전히 ESG 실무자의 문서와 보고/승인 작업에 달려 있다.
ESG와 관련된 필수 ①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②<ESG 경영 비전,원칙과 내규, 행동강령> 을 작성하고 이를 ③최고 경영진과 이사회에 승인을 받은 후, 비전/원칙/내규/행동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④의사결정 및 실행체계를 만들고 ⑤실행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여 ⑥홈페이지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면.... B등급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속가능경영(ESG)이 진짜 실행되거나 말거나 또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더라도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 B등급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말 이후 우리나라에서 ESG가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다. 컨설팅 업체들이 주로 공략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실제 실행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3. A등급은 실행과 리스크 관리가 초점이다.
B등급이 지속가능경영 실행을 위한 기본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체계가 얼마나 잘 갖추어졌는지 평가하는 것이라면, A등급은 실제 실행을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 그리고 E.S.G 각 영역에서 사건,사고,이슈,문제가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인 ESG 평가에서 B등급은 절대 평가 비율이 높지만, A등급부터는 상대 평가 비율이 더 높다.
B등급은 ESG 담당팀이나 실무자의 부지런함과 노력에 달려 있다면, A등급부터는 ESG팀 또는 실무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달성 불가능하다.
E.S.G 각 영역의 이슈를 담당하는 실무팀들이 실행 성과를 내주어야 가능하다. 온실가스를 예로 들면 B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사회가 승인하고, 실행 TFT를 만들고 이것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정도로 가능하지만, A등급부터는 뭔가를 해야한다.
공장 지붕과 주차장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디젤트럭을 전기트럭으로 바꾸고 PPA 계약을 체결하는 것 등 실제 활동과 성과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리 실행성과가 좋아도 큰 사고나 이슈가 터지면 A 등급을 받기 어렵다. 사업장 안전 영역에서 안전시설에 투자하고 안전교육을 아무리 많이해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A등급을 받기 어렵다. 또, 이사회를 대상으로 ESG 교육을 많이하고 이사회에서 ESG 관련 의사결정을 많이 했다고 해도 최고 경영자나 이사회에서 준법, 윤리 문제가 발생하면 거버넌스 영역에서 A등급을 받기 어렵다. (※참고 할 것은 평가 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실제 평가에 반영되는 것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4. A+를 받으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어떤 기업을 갔더니 담당 임원이 우리 기업은 내년에 A+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기업의 현재 종합 등급은 B+이다. 어렵다고 답했다. 담당 임원이 A+를 받으면 성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어렵다고 말했다. 1년만에 B+등급에서 A+등급으로 가는 것이 왜 어려운지 설명했다. 담당임원은 어려우니까 컨설팅업체를 부른 것이라며 A+등급 획득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계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계약은 결렬되었다.
2024년 기준원의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은 단 19개 기업이다. 평가를 받은 791개 기업 중에 2.4%에 해당한다. 이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축적의 시간'이 존재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적어도 5년 이상 발간한 기업들이고, 관련해서 실행성과(특히 투자 등 자원 투입)가 다른 기업들보다 뛰어난 기업들이다. 물론 ESG 관련 사건,사고, 이슈, 문제들이 없는 기업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축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이다.
한 학년이 800명인 고등학교에서 전교 20등안에 든다는 것은 운이 좋거나 몇 개월간의 단기적인 노력으로 달성하기에는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다. 꾸준할 뿐만 아니라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5. S 등급이 없는 이유
S등급은 평가 받는 기업의 영역이 아니라 평가기관의 정책적 영역이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S등급을 받는 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뛰어난 성과를 낸 기업에게 주어지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기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기업들에게 S등급을 주는 것이라고 보여주기 위한 등급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S영역의 핵심 이슈인 공급망 인권경영에서 글로벌 A사가 모든 1차 협력업체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실제 납품단가를 올려준 사례에 대해서 내 친구가 일하는 평가기관은 S등급을 부여했다. 이 정도는 해야 S등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B사는 그 기업의 주력 산업이었던 원유에서 플라스틱을 뽑아내는 산업을 과감히 접고 재활용 원재료 산업으로 '전환'했다. 그 기업 역시 환경 영역에서 S등급을 받았다.
우리나라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ESG)을 실행하기 위해 비즈니스 전략이나 모델의 과감한 '전환'을 감행한 기업은 아직 없어 보인다. S등급이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SG 평가등급을 올리는 것은 쉽다. 알고 있는 것을 '그저 단지'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실천하지 않고 좋은 등급을 받으려는 것은 공부하지 않고 좋은 시험 성적을 기대하거나 운동도 하지 않고 먹는 것도 줄이지 않으면서 몸무게가 줄기를 바라는 게으른 심보와 같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실천하면 기업도 세상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SG 평가 등급 올리는 방법 어렵지 않아요.
전화가 많이 왔다.
지난 10월25일 『한국 ESG 기준원(이하 기준원)』이 2024년 ESG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난 후 여기저기서 전화와 연락을 받았다. 평가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년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평가를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기준원의 평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기준원의 평가 등급과 실제 지속가능경영, ESG를 잘하는 것과 절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나쁜 등급을 받은 기업보다 지속가능경영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정말 잘한다거나 나쁜 등급을 받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아주 못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컨설팅을 하다보면 기업의 속사정을 알 수 있게 된다. 기준원의 평가 등급을 잘 받은 기업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고,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아 등급은 낮은데 의외로 현장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렇게 실제와 평가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기준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ESG 평가기관이 매우 제한된 시간과 인력을 가지고 외부에 들어난 자료만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여러차례 설명했지만 기준원의 ESG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석대로 하면 된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외국어를 잘하는 방법,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 멋진 근육과 몸매를 갖는 방법과 같다. 즉,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아는 정석을 한번 더 설명해 본다.
1. 지름길은 없다.
ESG 평가 등급을 몇 개월만에 올려주겠다고 광고하는 컨설팅 업체들이 꽤 있다. 주로 상반기에 반짝 활동하다가 평가 발표가 나는 시점에는 싹 사라져 버린다. 평가에 조급한 기업들에 빨대를 꼽는 '사' 짜에 가까운 업체들이다. 이런 컨설팅 업체들이 접근해오면 멀리해야 한다. '꼼수'와 '워싱'으로 ESG 평가 등급을 올려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
어떤 기업은 ESG 컨설팅 업체에서 얼마를 주면 ESG 등급을 올려주겠다고 해서 돈을 주었더니, 실제 컨설팅은 하지 않고 인터넷 매체와 결탁해서 'ESG 평가 시상식'을 만들고 호텔에 불러 상을 준 후에 인터넷 매체를 통해 ESG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뿌렸다고 한다. 그 기업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ESG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몇 개 나오지만 실제 그 기업의 기준원 평가 등급은 B- 정도이다. ESG 실무자가 기업의 홍보팀에 속해 있는 경우 이런 사기에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SG를 그저 홍보 수단으로 아는 무지의 결과이다.
또 어떤 기업은 국제기구의 공식 산하 단체라고 사칭한 곳에서 ESG 평가와 인증을 해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받고 최우수 ESG 평가상을 받았다. 역시 그 기업에 대한 글로벌 평가기관의 ESG 평가 등급도 B-에 불과하다. UN을 비롯한 어느 국제기구도 ESG 평가를 하지 않는다. 관련 인증이나 상을 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국제기구나 권력기구를 사칭하는 것은 아주 오래되고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수법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뻔하다. 실제 노력은 하지 않고 돈으로 쉽게 결과를 얻기 바라기 때문이다. 기준원을 비롯해서 어느 정도 신뢰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ESG 평가를 하는 곳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사기들을 걸러내고 있다. 꼼수와 워싱을 이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2. B등급은 온전히 ESG 실무자의 노력과 부지런함에 달렸다.
기준원의 평가를 비롯해 주요 국내외 ESG 평가는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가 혼합되어 있다. 혼합 비율은 평가마다 다르고 영역과 항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 몇 대 몇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평균)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B등급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순전히 ESG 실무자들의 노력과 부지런함에 달려 있다.
기업 내부 사정상 상대 평가에서 다른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없다면, 절대 평가에서 기본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순전히 ESG 실무자의 문서와 보고/승인 작업에 달려 있다.
ESG와 관련된 필수 ①글로벌 가이드 라인에 따라 ②<ESG 경영 비전,원칙과 내규, 행동강령> 을 작성하고 이를 ③최고 경영진과 이사회에 승인을 받은 후, 비전/원칙/내규/행동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④의사결정 및 실행체계를 만들고 ⑤실행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여 ⑥홈페이지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하면.... B등급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속가능경영(ESG)이 진짜 실행되거나 말거나 또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더라도 기본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으면 B등급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말 이후 우리나라에서 ESG가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다. 컨설팅 업체들이 주로 공략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실제 실행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3. A등급은 실행과 리스크 관리가 초점이다.
B등급이 지속가능경영 실행을 위한 기본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체계가 얼마나 잘 갖추어졌는지 평가하는 것이라면, A등급은 실제 실행을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 그리고 E.S.G 각 영역에서 사건,사고,이슈,문제가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인 ESG 평가에서 B등급은 절대 평가 비율이 높지만, A등급부터는 상대 평가 비율이 더 높다.
B등급은 ESG 담당팀이나 실무자의 부지런함과 노력에 달려 있다면, A등급부터는 ESG팀 또는 실무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달성 불가능하다.
E.S.G 각 영역의 이슈를 담당하는 실무팀들이 실행 성과를 내주어야 가능하다. 온실가스를 예로 들면 B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사회가 승인하고, 실행 TFT를 만들고 이것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정도로 가능하지만, A등급부터는 뭔가를 해야한다.
공장 지붕과 주차장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디젤트럭을 전기트럭으로 바꾸고 PPA 계약을 체결하는 것 등 실제 활동과 성과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리 실행성과가 좋아도 큰 사고나 이슈가 터지면 A 등급을 받기 어렵다. 사업장 안전 영역에서 안전시설에 투자하고 안전교육을 아무리 많이해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A등급을 받기 어렵다. 또, 이사회를 대상으로 ESG 교육을 많이하고 이사회에서 ESG 관련 의사결정을 많이 했다고 해도 최고 경영자나 이사회에서 준법, 윤리 문제가 발생하면 거버넌스 영역에서 A등급을 받기 어렵다. (※참고 할 것은 평가 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사건, 사고가 실제 평가에 반영되는 것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4. A+를 받으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어떤 기업을 갔더니 담당 임원이 우리 기업은 내년에 A+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기업의 현재 종합 등급은 B+이다. 어렵다고 답했다. 담당 임원이 A+를 받으면 성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어렵다고 말했다. 1년만에 B+등급에서 A+등급으로 가는 것이 왜 어려운지 설명했다. 담당임원은 어려우니까 컨설팅업체를 부른 것이라며 A+등급 획득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계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계약은 결렬되었다.
2024년 기준원의 평가에서 종합 A+등급을 받은 단 19개 기업이다. 평가를 받은 791개 기업 중에 2.4%에 해당한다. 이 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축적의 시간'이 존재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적어도 5년 이상 발간한 기업들이고, 관련해서 실행성과(특히 투자 등 자원 투입)가 다른 기업들보다 뛰어난 기업들이다. 물론 ESG 관련 사건,사고, 이슈, 문제들이 없는 기업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축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이다.
한 학년이 800명인 고등학교에서 전교 20등안에 든다는 것은 운이 좋거나 몇 개월간의 단기적인 노력으로 달성하기에는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목표이다. 꾸준할 뿐만 아니라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5. S 등급이 없는 이유
S등급은 평가 받는 기업의 영역이 아니라 평가기관의 정책적 영역이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S등급을 받는 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그래서 다른 기업들이 모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뛰어난 성과를 낸 기업에게 주어지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기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기업들에게 S등급을 주는 것이라고 보여주기 위한 등급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S영역의 핵심 이슈인 공급망 인권경영에서 글로벌 A사가 모든 1차 협력업체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실제 납품단가를 올려준 사례에 대해서 내 친구가 일하는 평가기관은 S등급을 부여했다. 이 정도는 해야 S등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럽의 B사는 그 기업의 주력 산업이었던 원유에서 플라스틱을 뽑아내는 산업을 과감히 접고 재활용 원재료 산업으로 '전환'했다. 그 기업 역시 환경 영역에서 S등급을 받았다.
우리나라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ESG)을 실행하기 위해 비즈니스 전략이나 모델의 과감한 '전환'을 감행한 기업은 아직 없어 보인다. S등급이 없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SG 평가등급을 올리는 것은 쉽다. 알고 있는 것을 '그저 단지'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실천하지 않고 좋은 등급을 받으려는 것은 공부하지 않고 좋은 시험 성적을 기대하거나 운동도 하지 않고 먹는 것도 줄이지 않으면서 몸무게가 줄기를 바라는 게으른 심보와 같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실천하면 기업도 세상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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