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걸음] 공급망 실사 의무화는 공급망 환경 및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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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걸음] 은 '지속가능한 공급망'에 대한 트렌드와 사례를 다룹니다.



EU깃발 (출처=EU홈페이지)


1. EU CSDDD 공급망 실사 도입

 EU CSDDD 법안이 유럽 의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이 법안은 EU 역내외 기업들에게 공급망(비즈니스 운영, 공급업체 및 협력업체의 활동 포함)에 대한 환경 및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지침이다. 최종 승인 후, 각 EU 회원국은 2년 이내에 이를 국내법으로 반영해야 한다. 한국 기업도 CSDDD의 영향권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속하거나 EU 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 CSDDD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CSDDD에 따르면, 기업들은 1) 인권 및 환경 관련 잠재적 영향을 식별하고, 2) 부정적 영향을 예방 및 완화/제거하며, 3) 피해 구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며,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CSDDD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기존 프로세스를 점검 및 개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인권 부분을 보면, EU CSDDD에 대한 대응 준비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 프랑스의 경계 의무법 시행 (2017년부터)

프랑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기업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했다. 프랑스 내에서 5천 명 이상, 해외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다국적 기업은 경계 의무법의 적용을 받는다.


경계의무법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1) 경계계획 수립(인권, 기본적 자유, 개인의 건강과 안전, 환경에 대한 위험을 식별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계획 수립), 2) 실사 의무(자회사, 하청업체, 공급업체에 대한 실사), 3) 공개 의무(매년 계획과 결과를 공개), 4) 이해관계자 참여(계획 수립 및 이행 과정에서 노동조합 또는 기타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경계 계획에는 1) 인권, 자유, 개인의 건강과 안전, 환경에 대해 식별된 중대한 위험, 2) 위험에 대한 적절한 조치, 3) 조치의 효율성 평가 및 위험 완화/제거를 위한 후속 조치, 4) 조기 예방 메커니즘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경계 의무법의 적용을 받는 프랑스 기업들은 매년 경계 계획 보고서(Duty of Vigilance Plan)를 발행하고 있으며, EDF, Stellantis, Schneider Electric, CMA CGM Group, Veolia, VINCI, Total Energies, Suez 등 주요 기업들은 해당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3. 경계의무법 이후 발생한 첫 소송 : TotalEnergies Vs. NGOs



TotalEnergies 로고(출처=홈페이지)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시행한 경계의무법의 실효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급망 실사를 통해 전 세계의 강제 노동 및 아동 노동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인권 보호를 증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법을 통해 기업들은 자사 운영뿐 아니라 전체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인권 문제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이 법을 근거로 기업에 개선 조치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우간다의 유전 개발과 탄자니아로의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경계의무법을 근거로 소송이 제기되었다. 환경 및 인권 관련 NGO들(Friends of the Earth France, Survival International, Amis de la Terre, ACCRA, AFIEGO)은 이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자인 TotalEnergies가 환경 및 사회적 위험을 제대로 식별하지 않아 지역사회의 환경과 주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첫 소송을 제기했다(2019). TotalEnergies는 경계 계획에 따라 관련 조치를 이행하고 있으며, 적절한 피해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NGO들은 프로젝트의 일시적 중단과 전면적인 환경 및 사회적 영향 평가(ESIA)를 다시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2023). 이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Tilenga프로젝트 (출처=TotalEnergies 홈페이지)



(1) 프로젝트 소개

  • Tilenga 프로젝트: 우간다 알버트 호수 북부 불리사(Bulisa)와 뇨야(Nwoya) 지역에서 진행되는 유전 개발 프로젝트로, 중앙처리시설, 170km 이상의 매설 유동관, 96km의 피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일 최대 19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지역은 머치슨폴스 국립공원의 일부를 포함하며, 우간다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로, TotalEnergies(56.67%), CNOOC(28.33%), UNOC(15%)가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다.

  • EACOP 프로젝트: 우간다에서 생산된 원유를 탄자니아의 탕가 항구로 수송하기 위해 약 1,443km의 가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이는 세계 최장 가열 원유 파이프라인이다. 우간다 및 탄자니아 정부와 TotalEnergies, CNOOC가 투자하고 있다.





Tilenga 및 CACOP 프로젝트 

(출처=TotalEnergies 홈페이지)



(2) 소송 배경 및 진행 상황

  • 2019년: NGO들이 TotalEnergies가 경계의무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송 제기 (예방적 조치 요구)

- NGOs:Tilenga 및 EACOP 프로젝트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식별하고 관리하지 않았다고 주장

- TotalEnergies: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있으며, 적절한 경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반박 (2019년 유니버설 등록문서에 경계 계획 명시)


  • 2022년: 파리 민사법원이 중재안을 제안했으나, NGO 측에서 이를 거절함.

   -  NGO: 지역 주민들의 토지권 침해 주장 (보상을 받기 전, 3-4년 동안 토지의  자유로운 사용이 제한되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식량 부족과 

       기아가 발생했다고 주장), 파이프라인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인한 기후변화 악화 우려 제기

   - TotalEnergies: 국제 기준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지역 사회와 협의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


  • 2023년: 2019년에 제기된 첫 소송이 절차적 문제로 각하됨

  • 2023년: NGO들이 다시 피해 보상 관련 소송을 제기

 - 보상 절차의 불투명성과 지연 문제 제기

 - 환경 및 생물 다양성 보호 조치의 미흡 문제 제기

 - 지역 주민과의 협의 부족 (형식적인 협의만 진행)

 - 강제 이주와 보상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

 - NGO의 재요청사항:

     ① 프로젝트 중단 및 사회/환경적 영향 재평가

     ② 투명한 보상 절차 및 보상 기준 강화

     ③ 환경 보호 조치 강화

     ④ 지역 주민 의견 반영 및 권리 보호를 위한 구제 조치 마련


 

4. 공급망 실사 의무화는 공급망의 환경 및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위의 소송 사례를 통해, 경계의무법이 어떤 의미와 한계를 가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TotalEnergies의 2019년 유니버설 등록문서에 따르면, TotalEnergies는 국가의 법에 따라 가치사슬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 평가(ESIA)를 실시했으며, 국제금융공사(IFC)의 표준과 성과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NGO들은 TotalEnergies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 평가가 충분하지 않았고, 협의와 보상의 절차가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파리 민사 법원은 절차상의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다. 그리고 TotalEnergies가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Tilenga 및 EACOP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권 침해와 환경 피해 위험을 식별하고 적절히 예방했는지에 대해 법원이 판결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형식적 문제 해결’과 ‘실질적 문제 해결’ 사이의 갈등이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TotalEnergies는 법에 따라 가치사슬 내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을 했으며,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의 검토를 통해 프로젝트의 적절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지역 사회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완화, 제거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 즉,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문제들이 단숨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점진적으로 해결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공급망 실사의 본질적 이유일 것이다.


만약 공급망 실사와 부정적 영향 완화 및 제거 조치가 단순히 규제 대응의 일부로만 그친다면, 기업은 형식적 문제 해결과 실질적 문제 해결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것이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급망 실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앞으로 다가올 EU CSDDD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CSDDD를 바라보는 시선과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강력한 규제로만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 문제와 실질적 문제의 차이를 줄이고 기업과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작성: 한지희연구원 (이노소셜랩 지속가능경영센터)

한지희 l INSBee에서 컨설팅과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하고, 의미 있는 시도들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속 가능성 환경 속에서 그 흐름을 읽어내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프로 BP(Best Practice) 발굴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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